매일신문

[세계로 뻗는 경북 산림] ①한국의 자랑 경북 사방(沙防)기술

1973년, 국토 산림녹화의 기적은 그렇게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자랑거리 중에 '새마을운동'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IMF 외환위기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시작되면서 우리를 절대적 빈곤에서 해방시킨 박 전 대통령의 최대 업적을 새마을운동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잘 살아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새마을운동은 이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학문으로 승화되고 있다.

그런데 새마을운동보다 더 우리를 풍요롭게 만든 프로젝트가 있다. 바로 '산림녹화' 운동이다. 새마을운동도 사실은 산림녹화가 진행되면서 꽃을 피운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림녹화를 두고 전 세계 산림 전문가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영남대 박정희리더십연구원 채영택 교수는 "경제개발을 하면서 산림녹화가 진행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했다. 브라질의 경제개발이나 아시아'아프리카 사례에서 보듯이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산림을 훼손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우리는 경제개발과 동시에 민둥산을 푸르게 바꿨고, 푸른 산림은 맑은 공기와 함께 우리에게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산림녹화기술은 이제 세계로 향하고 있다. 몽골과 중국의 사막을 녹화하고, 동남아 쓰나미 피해 현장을 복원하는데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산림녹화에서 경북의 역할이다. 경북은 우리나라 산림녹화의 실질적 산파 역할을 했다. 김종환 경북도 산림과장은 "경북 산림 녹화 기술이 전국을 푸르게 하는 디딤돌이었다"고 단언했다. 김 과장이 이렇게 단언하는 데는 근거가 있다. 산림녹화는 사방(沙防)사업이 전제가 돼야 하는데 바로 사방 기술 분야에선 경북이 최고이기 때문이다.

◆전국 최고의 사방사업 기술

포항에서 7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칠포 해수욕장에서 동해 바닷길을 따라 영덕 방향으로 3㎞쯤에 '경북 사방공원'을 만날 수 있다. 이 일대는 사시사철 경치가 기가 막힌 곳이다. 동해의 푸른 바다를 앞에 두고 푸르게 가꿔져 있는 산자락 18만7천500㎡에 공원이 조성돼 있다. 이곳이 전 세계에서 유일한 사방기념공원이다.

이곳에 공원이 조성된 것은 2007년 11월 7일. 1907년 우리나라 사방역사가 시작된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곳이 우리나라 근대 사방의 터전이었기 때문.

1971년 9월. 일본 방문을 마치고 항공기로 귀국하던 박정희 대통령의 눈에 이상한 풍경이 들어왔다. 기내에서 보좌관을 불러 물었다. "저게 뭐야? 우리나라에도 사막이 있는가?" 보좌관이 대답했다. "저건 사막이 아니라 포항 옆 흥해 쪽에 있는 산입니다. 나무가 없어 저렇게 변해버렸습니다."

흥해 지역의 산들은 식물의 활착이 어려운 이암층으로 이뤄져 있었던 데다 그나마 있던 산림들도 무분별한 벌목과 산불 등으로 훼손을 거듭했다. 비가 오면 겉흙들이 씻겨 내려가면서 점차 사막처럼 변해 간 것. 현재 급속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몽골의 땅들이 바로 흥해 지역과 비슷하니 당시 상황이 얼마나 나빴던지 짐작할 수 있다.

대통령의 입에서 "당장 저 산을 푸르게 만들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박 대통령은 산림녹화를 하지 않고는 효율적 국토 이용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대대적인 산림녹화를 밀어붙였다. 대통령의 지시로 1973년부터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이 입안됐고, 이와 별도로 대통령의 특별한 관심 속에 1973년 '영일지구 5개년 계획'이 만들어졌다. 그 결과 사막 같았던 이곳은 푸르디푸른 산림으로 다시 태어났다.

◆전 세계에 사방 기술 전수

이곳에 산림녹화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50여 차례나 사방사업이 실시됐지만 모두 실패했다. 지질과 지형의 특성을 모르고 감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대통령의 지시로 경상북도를 중심으로 관계기관이 총동원됐고, 과학적인 토양 조사와 현지 실정에 맞는 사방사업을 벌였다. 경북도 산림환경연구원 이광선 산림사업과장은 "나무를 살리기 위해 심는 구덩이마다 부드러운 흙과 거름을 주고, 나무가 잘 자라도록 계단 위에 볏짚을 덮기까지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부녀자들이 물동이에 직접 물을 이고 산에 오르기도 했다.

이 일대 산림녹화 사업이 진행될 때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현지를 방문해 사업 진척 상황을 보고받았으니 관계기관들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 일대의 사방사업이 성공하면서 전국적으로 산림녹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주먹구구식 방법으로 나무를 심던 방식에서 탈피해 효율적인 사방사업을 벌인 뒤 나무를 심으니 활착률과 성장 속도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경북대 생태환경시스템학부 김판기 교수는 "영일지구에서 사방사업이 성공했기 때문에 우리의 산림녹화가 완성될 수 있었다. 이 기술이 현재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영일지구 사방사업의 성공을 기념하기 위해 공원을 조성했다. 공원 옆에는 사방기술원을 세워 전국의 산림공무원과 관련기업들의 사방관계자 교육을 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우리의 사방 및 산림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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