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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 최대의 심리 걸작 '돈 카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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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포 역 강병운
필리포 역 강병운

사랑, 이별, 오해, 질투, 우정, 그리고 고독까지 인간의 다층적인 감정과 심리를 한 편에 담아낸 '베르디 최대의 심리드라마'가 온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국립오페라단이 제작한 오페라 '돈 카를로'(Don Carlo)를 네 번째 메인 작품으로 25일 오후 7시 30분, 26일 오후 3시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린다. 국립오페라단의 대구 공연은 2011년 제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폐막작 '가면무도회'로 대구를 찾은 후 꼭 2년 만이다.

이 작품은 베르디가 처음으로 작곡했던 당시 프랑스어로 대본이 쓰여졌으며, 5막 8장이라는 방대한 규모의 오페라였다. 하지만 이번 무대에 오를 '돈 카를로'는 베르디가 수정한 이탈리아어 4막 버전이다.

베르디 사상 가장 장대하고 진지한,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이 작품은 아들의 약혼녀인 엘리자베타와 결혼한 스페인의 절대군주 필리포 2세, 불운한 왕자 돈 카를로, 그의 친구이자 충신인 로드리고, 왕자를 사랑하는 왕의 정부 에볼리, 여기에 뛰어난 존재감으로 왕을 압박하는 종교재판관까지 등장인물들 사이의 엇갈린 사랑과 배신, 오해와 비극을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때문에 '베르디 최대의 인간 심리 걸작'으로 손꼽힌다.

주연과 조역들 모두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극 속에서 살아 숨쉬기 때문에 관객에게 높은 몰입도를 선사한다는 것도 이 작품의 묘미. 합창이나 주역 아리아의 비중이 높은 여타 오페라들과는 달리 주연'조역 출연진들의 연주 비중이 비슷하고, 모두 한 곡 이상의 완전한 아리아를 가지고 있어 한자리에서 '아리아의 성찬'을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 베이스와 바리톤, 테너와 바리톤,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 베이스와 베이스 등 다양한 인물 간의 관계를 드러내는 중창 또한 일품이다.

대구에서 오페라 '돈 카를로'가 공연되는 것은 1999년 이후 14년 만이다. 이번에 공연될 국립오페라단의 '돈 카를로'는 지난 4월 예술의전당 공연의 재현이다. 당시 공연은 대형 오페라 연출의 거장으로 알려진 엘라이저 모신스키가 연출을 맡았다. '주역만으로 이루어진 오페라'라는 별명처럼 모든 출연진들에게 높은 기량을 요구하는 '돈 카를로'를 위해 베이스 강병운, 테너 나승서, 바리톤 공병우, 소프라노 박현주, 메조 소프라노 정수연, 베이스 양희준과 전준한 등 예술의전당 공연을 화려하게 빛냈던 주역 성악가들이 모두 무대에 다시 선다. 특히 동양인 최초로 독일 바이로이트에 입성해 이제는 전설로 자리 잡은 베이스 강병운은 필리포 역을 200번 이상 맡아온 '필리포의 화신'이나 '최고의 필리포'로 일컬어지는 인물. 그러나 베이스 강병운은 4월 국내 무대에 처음 섰지만 이번 대구 공연을 은퇴 무대라고 선언해 놓았다. 자신의 오페라 인생을 시작하고 오늘의 자신을 만든 작품이기도 한 '돈 카를로' 대구 공연이 고별무대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이 그를 오페라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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