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따뜻하다'시원하다'행복하다.'
따뜻한 손길이 그리운 계절이다. '느낌 아니까~' 더욱 위로받고 싶고 보살핌을 받고 싶다.
단순한 손길이 아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몇 번의 손길을 거치면 금세 심신에 쌓인 고통과 피로가 사라지는 마법의 손이다. 어떤 이에게는 심신을 치료하는 힐링이 되고 외로운 사람에게는 사랑하는 애인이 되어준다. '퇴폐' 이미지를 떠올리던 시대는 지났다. 팍팍한 현실에 지친 직장인은 물론, 장바구니를 든 주부는 물론 젊은 연인, 심지어 갓난아이들도 즐긴다.
◆마사지는 행복의 메시지
22일 오후 중구 동성로에 위치한 풋샵 '티엔느'. 입구에 들어서자 향긋한 아로마 향이 은은하게 코끝을 자극하고 유럽풍의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핑크빛 분위기다. 한쪽에 마련된 커플룸에는 젊은 남녀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소곤거리고 있다. 여자 친구와 함께 마사지를 받으려 왔다는 김성열(30) 씨는 "처음엔 선뜻 들어오기가 어려웠지만 이젠 한 달에 한 번씩은 마사지를 받고 있다. 함께 마사지를 받다 보면 여자친구와 사랑도 더욱 돈독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커플룸에는 연인뿐만 아니라 부부도 자주 찾는다. 이곳 직원 김희동 씨는 "요즘 20, 30대 젊은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부부나 연인끼리 시내에서 쇼핑이나 데이트를 즐기다 이곳에서 커플 마사지를 받는다"고 했다. 이곳에는 전통 마사지, 태국 마사지, 중국 마사지 등을 결합해 만든 한국형 마사지를 서비스하고 있다. 2011년 문을 연 지 2년 만에 외국 손님들도 자주 찾는 명소가 됐다. 중국'일본'미국인들을 상대하는 전문 마사지사도 있다.
같은 날 오후. 북구 태전동의 한 마사지숍. 입구에 들어서자 이곳저곳에서 '어이구' 하는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줄지어 들어선 마사지룸에는 직장인들로 보이는 손님들이 마사지를 받고 있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 직장동료들과 함께 왔다는 박성수(33) 씨는 "전날 야근이나 술을 마셨을 때는 이곳을 찾아 피로를 푼다. 가격도 저렴해 짧은 시간에 피로를 풀 수 있는 나만의 건강 비법이다"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마사지숍이 새로운 모임 장소로도 뜨고 있다. 낮엔 중년 여성들이 계모임 장소로 마사지숍을 선택, 대여섯 명씩 찾는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밤이 되면 회식을 끝낸 직장인들이 단체로 찾는다. 1차 술자리를 끝내고 2차로 마사지를 받기도 한다. 외국 바이어를 접대하기 위해 찾는 경우도 있다. 대구에만 전문숍이 300~400여 곳에 이른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지역별 맞춤형 마사지숍도 생겨나고 있다. 중구 동성로 등 젊은 층이 많은 곳에서는 커플들을 위한 마사지숍이 성행하고 있고 북구나 달서구 등 젊은 직장인들이 많은 곳에는 스포츠 마사지 등이 성행 중이다. 학원이 밀집한 수성구 일부 지역 등에서는 엄마들을 위한 피부전용 마사지숍이 많이 생겼다. 아이들을 학원에 보낸 엄마들이 커피숍에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마사지숍과 피부과에서 자신을 돌본다. 학원이나 커피숍 다음으로 마사지숍이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마사지의 진화
큰 마음 먹거나 가슴 졸이며 갔던 곳이 아니다. 목욕탕 가듯 보편화 됐다. 가격도 저렴해지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의 마음을 '마사지'하고 있다. 과거 '피부미용' 목적으로 마사지숍을 방문하던 소비자들은 현재 바쁜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마사지숍을 노크하고 있다. 지인들과의 친목을 다지기 위해 마사지숍을 찾고 스파를 즐기며 간단한 와인과 과일(스파큐징)을 즐기기도 한다.
수성구의 한 스킨케어 전문점 주인은 "몇 년 전만 해도 피부나 몸매에 문제가 있어 마사지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자신에게 투자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고 했다.
마사지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엔 초미니 마사지 코스까지 등장했다. 회의 전후나 이동 중간에 짬을 내 피로를 푸는 방법으로 마사지를 받는 직장인이 많아지고 있다. 부분 마사지는 어깨'발'머리 등 원하는 부위를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어 인기다. 얼굴 윤곽 관리, 턱선 관리로 더 세분화되기도 한다. 특별한 마사지들도 인기다. 대나무를 이용한 뱀부 마사지, 뜨겁거나 찬 돌을 이용하는 스톤 마사지, 한방재료를 활용한 한방 마사지 등 독특한 마사지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또 안티에이징 열풍에 힘입어 동안 마사지나 아기들을 위한 베이비 마사지 등도 유행이다.
다양한 종류만큼 기술적으로 큰 진화를 거듭했다. 과거 큰 인기를 끈 '경락'과 '오리엔탈' 마사지는 강한 힘이 들어가고 기계를 사용하는 마사지다. 요즘에는 부드러운 터치로 심신을 안정시키는 일명 '힐링 마사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파 마사지' '하와이안 로미로미 마사지' '뱀부 마사지' 등을 꼽을 수 있다. 부드러운 터치로 몸의 모세혈관을 자극한다. 대경대 피부미용과 허홍임 교수는 "주 5일 근무제 시행 및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따라 마사지의 트랜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마사지가 '건강(힐링)과 사교'의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터치가 부드러운 '스파'나 '하와이안 로미로미' 마사지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과도 강력해졌다. 허 교수는 "최근 유행하는 마사지는 부드러운 터치로 몸의 신진대사 활성화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고 했다. 마사지를 통해 혈액순환이 활발해져 피부와 몸 곳곳에 영양분이 침투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미래는 더욱 밝다. 전문가들은 "마사지는 마사지 효능과 더불어 디큐징(마사지를 즐기며 와인과 음식을 즐기는 문화)과 고부가가치의 산업으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도 마사지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혼자서도 잘해요
마사지가 생활 속으로 깊숙이 침투하면서 혼자 하는 마사지도 유행이다. 마사지를 직접 배우는 사람들이 느는가 하면 이를 도와주는 관련제품들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요즘 문화센터에서 아이를 낳은 엄마들이 가장 먼저 수강하는 강좌가 바로 '베이비 마사지'이다. 강좌 신청 첫날 마감되는 것은 물론이고 대기자 순번까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주부 장미화(34) 씨는 "예전에는 별다른 기구들이 없어 아이를 업거나 안고 만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보행기, 유모차 등 각종 육아용품들이 많아지면서 아이와의 접촉 빈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일부러 베이비 마사지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장 씨는 "시간과 장소를 정해두지 않고 차 타고 이동할 때 아이의 손가락과 발가락을 만지작거리거나 잠들기 직전 함께 누워서 몸 여기저기를 어루만져 주고 있다"고 했다.
동안 마사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얼굴 마사지로 볼과 귀, 목 등 얼굴 근육의 긴장을 풀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며 불순물 배출 및 영양분 공급이 원활해지도록 도와준다. 또 얼굴에 뭉쳐 있던 근육을 풀어줘 얼굴 전체가 작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얼마 전 한 방송에서는 기적의 10분 마사지가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마사지를 즐길 수 있는 기계들도 나왔다. 두피마사지 기능이 구비된 안마 의자나 마사지 효과를 주는 화장품이나 관련용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과학마사지협회 성기석 회장은 "마사지가 퇴폐 아닌 건강의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하지만 마니아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목이나 어깨가 결리는 부모님, 공부하는 자녀에게 직접 마사지를 해주기 위해 마사지를 배우러 오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고 전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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