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처럼 자폐를 겪는 아이를 가진 세상의 부모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8살 아들의 자폐치료를 위해 수년간 치료법 연구에 매달린 '한국판 로렌조 오일' 40대 아버지가 국내 극소수만 취득한 국제 자폐치료 자격증을 따 화제다.
사연의 주인공은 올해 초 대구사이버대학교 행동치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행동분석전문가자격협회로부터 '행동분석전문가'(BCaBA'Board Certified assistant Behavior Analyst) 자격증을 딴 한상민(43) 씨. 관계기사 21면
평범한 회사원이던 한 씨는 5년 전 둘째인 아들이 생후 28개월 만에 자폐진단을 받으면서 삶의 행로가 급선회했다. 처음엔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원망도 했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아내와 함께 자폐 치료법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저희 부부도 남들처럼 귀동냥으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놀이치료 같은 기존의 치료법들은 그 실효성이 잘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다행히 영어를 조금 할 줄 알았던 덕에 외국자료들을 뒤지기 시작했고, 그러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제시된 '응용행동분석'(ABA'Applied Behavior Analysis)에 대해 알게 됐지요."
한 씨는 응용행동분석을 가르쳐줄 만한 국내 교육기관을 수소문했고, 2011년 당시 국내 대학 학부과정으로는 유일하게 응용행동분석을 다루던 대구사이버대 행동치료학과에 편입했다.
목표는 행동분석전문가 자격증 획득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산 넘어 산이었다. 먼저 이 자격증을 따려면 심리학, 특수교육 같은 학위를 소지해야 하며, 코스 웍(이론)과 필드 웍(실습)을 거쳐야 한다. 필드 웍에는 1천 시간의 임상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요건들을 갖춰야 비로소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700페이지 분량의 시험대비용 영어원서를 보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과정 때문에 행동분석전문가 자격시험의 응시자 대부분은 미국인이며, 현재 합격률은 40%대에 그칠 만큼 까다로운 자격증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 현재 한국 내에서 이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한 씨를 포함해 고작 14명이다.
한 씨는 "대구사이버대 행동치료학과 졸업생과 재학생, 미국 행동컨설턴트 등과 시험 스터디를 하지 못했다면 자격증을 따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저를 이 길로 이끈 아들 생각이 가장 먼저 났다"고 말했다.
한 씨는 현재 서울ABA 연구소를 운영 중이며 아동 치료, 부모교육 상담,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앞으로 대학원에 입학해 '석사레벨'의 행동분석전문가(BCBA'Board Certified Behavior Analyst)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를 계속할 계획이다.
"응용행동분석이 과학적이고 표준화된 자폐 치료법이라는 사실은 이미 선진국에서 증명됐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로렌조 오일 = 의사들도 포기한 어린 아들(로렌조)의 희귀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직접 나선 이탈리아 한 부모가 연구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로렌조 오일'이란 치료약을 개발했다. 이 이야기를 담은 영화 '로렌조 오일'(Lorenzo's oil)이 1993년에 상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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