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인도 불가촉천민의 해방장' 암베르카르

인도는 석가모니가 태어난 나라이지만 총 인구 중 불교도의 비중이 1%도 안 된다. 불교가 인도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신(神)의 존재를 부정하고 힌두교의 카스트 제도를 배척하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1956년 경이로운 일이 벌어진다. 나그푸르 시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대부분은 하층 또는 천민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한 사람이 나서서 외쳤다. "나와 함께 불교로 귀의할 사람은 일어서시오." 그의 말이 끝나자 50만 명이 일어섰다.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가장 큰 규모의 개종이었다.

이 날 불교 개종을 주도한 사람은 인도의 사회개혁운동가이자 정치가인 빔라오 람지 암베르카르였다. 암베르카르는 '불가촉천민' 출신이었다. '양털은 깎아도 불가촉천민의 머리는 깎지 않는다'는 말이 통용되는 인도에서 그는 수모와 모멸을 받으며 자랐다. 영국 유학 후 인도로 돌아온 그는 카스트 제도를 비판하고 불가촉천민의 분리선거 등을 요구했으나 간디와의 대립으로 좌절을 겪었다. 이후 그는 "나는 원치 않게 힌두교인으로 태어났지만 힌두교도로 죽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신 불교 운동을 주도했다. 인도인들은 민중들의 인권을 위해 평생을 바친 그를 '바바사헤브'(아버지와 같은 스승)라 부르며 추앙한다. 인도에는 간디 동상 못지않게 그의 동상이 많다고 한다. 1956년 오늘, 몸을 벗었다.

김해용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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