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버들 나무야, 우리가 보호해줄 테니 오래오래 살거라."
대구 북구 서변동에는 150년 된 왕버들 한 그루가 서 있다. 나무의 키는 15m 정도이고 둘레는 초교생 4명이 팔을 벌리고 안아야 할 만큼 큰 나무다.
대구시 북구청이 1982년 보호수로 지정한 이 나무는 그동안 주민들에게 관리를 맡겼으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대구성북초등학교(교장 채종락) 어린이들이 청소도 하고 물도 주며 관리에 나섰다.
기자가 간 날 성북초교 4학년 3반 어린이들이 방학 동안 보호수를 만나지 못한다며 나무 주위의 낙엽을 쓸기도 하고 나무 밑에 있는 쓰레기와 부러진 가지를 치우고 있었다.
마침 길을 가던 조야동에 사는 김돌석 할아버지가 어린이들을 모아 놓고 이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옛날 저기 산 밑에는 은씨 종친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데 그중에도 살림이 넉넉한 집이 있었단다. 그집에는 손님들이 끊일 새 없이 많이 찾아와서 매일 큰 솥에 밥을 할 정도였단다. 그 집 며느리가 너무 힘들어 어떻게 하면 손님이 적게 올까 생각하고 있는데 시주를 온 스님이 집 뒤의 산을 파헤치면 된다고 해서 하인을 시켜 산을 파헤쳤더니 학 세 마리가 울면서 하늘로 날아가 버렸단다. 그 뒤로는 손님이 줄긴 했는데 그 집도 차츰 망해서 모두 거지가 되었지."
어린이들은 추운 줄도 모르고 옛날이야기를 정신없이 듣다가 "그럼 학들이 그 집을 부자가 되게 도와주었네요?"라고 질문을 했다.
할아버지는 "그건 나도 모르지. 왕버들 나무는 물을 좋아해서 물가에 사는데 물가도 아닌 이곳에서 이렇게 오래 살고 있으니 귀한 나무"라며 잘 보호해 줄 것을 당부하고 떠났다.
어린이들도 "우리 학교가 공부도 잘하고 체육도 잘 하는 건 저 나무 덕분이다. 2학기 때는 더 청소를 잘하자"라며 학교로 웃으며 뛰어들어갔다.
글'사진 안영선 시민기자 ay5423@hanmail.net
멘토'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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