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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스테가노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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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1일 미 해군 특수전 부대가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한 안가를 급습했다.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기 위한 '넵튠 스피어' 작전으로 미국은 그의 은신처에서 발견된 포르노 비디오 등을 공개했다. 빈 라덴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으나 영상에 디지털 방식으로 기록된 지령문이 담겨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독일 경찰도 알 카에다의 비밀문서가 담긴 음란 영상물을 압수했는데 과거 알 카에다가 저지른 각종 테러와 계획 등 100건이 넘는 문서가 들어 있었다. 9'11 테러 당시 빈 라덴은 모나리자 그림에 여객기 좌석 도면 등을 암호화 한 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를 알 카에다 조직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스테가노그래피는 고대 그리스에서 처음 사용된 암호 기법이다. 스테가노스(암호)와 그래피(문서)가 결합된 용어로 나무판에 글을 쓴 후 밀랍을 덧발라 감추거나 우유'촛농 등으로 만든 투명 잉크로 쓴 편지를 불에 쪼여 읽는 기법이다.

2차대전 때 독일은 비밀문서를 점 하나의 크기로 축소한 '마이크로 도트' 기법을 선보였는데 영문자 i나 마침표에 지령문을 담아 전달했다. 1966년 베트남 전쟁 당시 월맹군 포로가 된 미 해군 장교 제레미어 덴톤은 TV 회견에서 눈을 깜박여 메시지를 보냈다. 미 당국이 이 모스 부호를 해독해보니 'T-O-R-T-U-R-E'(고문)라는 암호였다.

검찰이 최근 북한 대남 공작 부서인 225국 공작원과 접선해 통합진보당 내 정세를 보고한 전모 씨를 구속했다. 당국은 전 씨가 압축 파일에 보고문을 암호화하는 스테가노그래피 방식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왕재산 간첩단' 사건에서 USB 메모리에 담긴 신문 기사 파일을 특수 프로그램으로 풀자 북한 지령문이 쏟아져 나왔고, 이석기 의원 RO 조직원의 '바비킴 고래의꿈.mp3' 등 음악 파일에도 각종 이적 표현물이 숨겨져 있었다.

이런 암호를 푸는 데는 최첨단 장비가 동원되고 길게는 수개월이 소요되는데 이석기 의원의 CD를 해독하는 데만 석 달 넘게 걸렸다. 암호화 기법이 갈수록 첨단화하는 상황에서 이의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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