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목 바꾼 이색 체육인] ③박재식 (미식축구→사격)

타고난 친화력 '메달 제조기' 명성

박재식 대구사격연맹 전무이사가 23일 대구사격장에서 경덕여고 사격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다 포즈를 취했다. 대구사격연맹 제공
박재식 대구사격연맹 전무이사가 23일 대구사격장에서 경덕여고 사격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다 포즈를 취했다. 대구사격연맹 제공
2007년 미국에서 열린 플래그풋볼 국제대회에서 포즈를 취한 박재식 전무이사.
2007년 미국에서 열린 플래그풋볼 국제대회에서 포즈를 취한 박재식 전무이사.

대구사격연맹의 살림을 사는 박재식(49) 전무이사는 사격 선수 생활을 하지 않았다. 정교한 기술을 요구하는 종목 특성상 사격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이 연맹을 이끄는 게 낯설어 보이지만, 그는 전문적인 사격 지식과 타고난 친화력을 바탕으로 대구 사격을 이끌고 있다.

1980년대 중'후반 경북대 미식축구팀에서 거칠게 운동장을 누빈 그는 군 복무 후 1992년 교사로 첫 발령 받은 동원중에서 운명적으로 사격 무대에 몸담았다. 체육교사로 학교 사격부 감독을 맡은 것이다.

이때부터 박 전무는 현재 근무 중인 경덕여고까지 사격부가 있는 대구 지역 학교에 재직하며 사격 감독으로 명성을 떨쳤다. 동원중과 대구공고, 경일중, 경덕여고를 거친 그는 우수 선수를 발굴'육성해 '메달 제조기'로 불릴 정도로 좋은 성적을 냈다. 그는 1998~2002년 근무한 대구공고에서 딴 금메달만 20개가 넘는다고 했다.

지난해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제22회 세계농아인올림픽 사격에서 3관왕에 오른 최수근(IBK기업은행)은 그가 캐낸 진주였다. 그는 동원중 시절 청각장애인인 최수근을 발굴, 사격에 입문시킨 후 대구공고 시절까지 6년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 세계적인 사격 선수로 키웠다.

또 그가 대구공고에서 지도한 이우정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박 전무는 "장애인으로 주목받지 못한 최수근이 우리나라를 빛내는 훌륭한 선수로 성장한 게 가장 자랑스럽다. 실업팀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돈을 번 그가 후배들에게 밥을 사는 것을 보면서 행복함을 느꼈다"고 했다.

이런 능력 덕분에 그는 2012년 대구사격연맹 전무이사로 추대받았다. 사격을 전공한 사람들의 반대가 있을법했지만, 대구 사격인들은 오랜 기간 사격 감독으로 활동하고 남다른 친화력을 발휘한 그를 주저 없이 받아들였다.

박 전무는 "오랜 기간 사격계에서 활동하다 보니 젊은 사격인들은 저를 선수 출신으로 알고 있다"며 "그동안 전자표지판이 설치되지 않아 제 기능을 못했던 대구사격장이 올 7월까지 이 시설을 갖춘다. 내년에는 대구에 규모 있는 국제대회를 유치, 대구를 세계 속에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

박 전무는 사격뿐만 아니라 미식축구에서도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우리나라 미식축구계를 대표하는 박경규 경북대 명예교수에게 미식축구를 배운 그는 2007년 대한미식축구 전무이사를 맡는 등 박 교수를 도와 국내 미식축구 저변을 확대했다. 또 1998년 '청소년들의 미식축구'로 불리는 플래그풋볼을 대구에 도입하고, 대한플래그풋볼 회장을 맡아 전국에 보급했다. 대구에서는 2006년 그의 주도로 15개국이 참가한 국제플래그풋볼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박 전무는 "몇 년 전 건강이 좋지 않아 수술을 받은 후부터 사회 활동을 줄였다. 사격 업무에 전념하다 보니 미식축구 일을 하지 못해 안타까울 때가 있다"고 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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