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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당선 뒤 유죄면 직무정지? 헌법학자 10인 대답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월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월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5월9일 치뤄진 대선에 출마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대표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 유죄, 2심 무죄를 받고 3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와 관련, 국민일보는 헌법학자 10명에게 홍 후보 당선을 가정하고 재판 진행 여부와 유죄 판결 시 대통령직 상실 가능성을 물었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84조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도 적용되는지 여부를 물은 것이다.

헌법학자 10명 가운데 7명은 "재판이 계속된다"고 답했고 2명은 "재판이 중단된다"고 했다. 1명은 중립 의견을 냈다. 유죄 시 대통령직 상실에 대해선 10명 모두 만장일치로 상실된다고 답했다.

2017년과 지금 대통령 후보의 재판 상황은 비슷한 상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과 위증교사 2심, 대장동 및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 등 모두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 매일신문은 7년 전 헌법학자에게 다시 물었다. 일부의 답은 바뀌어 있었다. 대통령 후보의 소속정당이 바뀌니 답변도 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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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은 2일부터 13일까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일보 인터뷰에 응했던 헌법학자 10명을 찾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가정으로 그때와 동일한 질문을 던졌다.

◆헌법학자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2017년 당시 "재판은 진행된다"고 말했던 7명 가운데 응답을 거부한 1명을 제외하고 3명의 입에선 예전과 다른 말이 나왔다. 정연주 전 성신여대 교수와 김래영 단국대 교수는 8년전에는 재판이 진행된다고 했지만 재판 중지로 입장을 바꿨다.

정 전 교수는 "국민일보와 인터뷰한 게 기억나지 않는다. 35년간 제 의견은 변한 적 없다. 당시 질문 내용에 따라 답변이 달라져 국민일보가 오해한 것"이라며 "소추에는 재판이 포함된다. 대통령은 국정 운영 중심이므로 재직 기간 동안에는 소추를 면제시켜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국민일보와 인터뷰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견해는 바뀔 수 있는 것"이라며 "소추에는 재판도 포함되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은 진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2017년 재판이 진행된다고 했다가 중립으로 입장을 바꿨다. 그는 "2017년과 다른 해석이라기 보다는 지금은 법원이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헌법 제84조에 규정이 없어 해석이 나뉘고 있다. 법원의 유권 해석이 중요하다. 담당 법원이 '속행하겠다' '정지하겠다'는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신평 전 경북대 교수는 2017년 중립 의견을 냈다가 "재판은 진행되지 않는다"고 의견을 바꿨다. 신 전 교수는 "의견을 바꾼 특별한 이유는 없다. 요즘 사법의 정치화가 너무 심하니까 거기에 중점을 두고 헌법 제84조를 해석했다"며 "미국의 예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소추를 할 수 없다고 했으니 현안 재판도 정지하는 것이 사법 정치화를 막는 길 아니겠냐"고 말했다.

12일 오후 서강대 강의실 앞에서 매일신문 인터뷰를 거절하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임지봉 서강대 교수. 전민지 기자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포스터. 본문 내용과 상관 없음.

노동일 전 경희대 교수와 전학선 한국외대 교수, 황도수 건국대 교수는 2017년과 마찬가지로 "재판은 계속 진행된다"고 답했다. 이준일 고려대 교수와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재판은 멈춘다"는 의견을 유지했다.

◇유죄 나오면 대통령직 상실하나…헌법학자 대부분 "그렇다"

유죄가 나오면 대통령직이 상실되는가에 대한 답변에서도 변동이 있었다. 2017년 만장일치로 유죄가 나오면 대통령직이 상실됐다고 답했던 헌법학자 가운데 유일하게 정연주 전 성신여대 교수가 입장을 바꿨다.

정 교수는 "공직선거법 위반은 당해 선거에만 적용된다"며 "현재로선 이재명의 대통령 당선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2017년 국민일보와 인터뷰한 10명 가운데 유일하게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답변을 거부했다. 여러 차례 연락에도 답이 없어 매일신문은 강의실까지 직접 찾았으나 임 교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에 언론 활동을 하지 않는다.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동아일보가 낸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등록 캠프'에 대한 보도에는 "등록도 안 된 비선그룹에서 선거를 위한 경비 조달과 지출이 이루어졌다면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임 교수의 코멘트가 나온다.

12일 오후 서강대 강의실 앞에서 매일신문 인터뷰를 거절하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임지봉 서강대 교수. 전민지 기자

임 교수는 2017년 당시 "국가기관에 대한 권한은 범위를 좁게 해석하는 게 옳다.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불소추 특권은 재임기간 기소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이미 기소돼 재판이 시작된 상태라면 중단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장은 "학자로서 학문적 입장을 정리했으면 그 입장을 바꿔선 안 된다. 상황에 따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건 학자의 양심이 아니다. 잣대가 왔다 갔다 하면 되겠느냐"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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