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추진력' 이재명이냐 '청렴' 김문수냐…경기도 격전지 민심은?

20대 대선 접전 펼친 수원 영통구·하남시 "아직 결정 못해"
민심 엎치락뒤치락 용인시 수지구·과천시도 오리무중

20일 찾은 용인시의 한 교차로. 시민들 사이로 선거운동원이 지나가고 있다. 배주현 기자
20일 찾은 용인시의 한 교차로. 시민들 사이로 선거운동원이 지나가고 있다. 배주현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수도권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개 수도권은 판세가 쉽게 뒤바뀌는 등 '최대 승부처'로 꼽히면서 양강 후보에 대한 격전지 민심도 출렁이고 있다.

양강 후보 모두 경기도지사 출신인 만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엎치락뒤치락을 이어왔던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시민들은 특정 후보에 대한 뚜렷한 선호 대신 저울질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20일 찾은 수원 영동시장. 경기도 정치 1번지라고 불리는 수원시는 한때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 중 하나였지만 정자지구와 한일타운 등 대형 택지지구 개발, 도시철도 신분당선 도입, 삼성전자 등 대기업 유치 등의 이유로 젊은 유권자들이 대거 유입됐다. 배주현 기자
20일 찾은 수원 영동시장. 경기도 정치 1번지라고 불리는 수원시는 한때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 중 하나였지만 정자지구와 한일타운 등 대형 택지지구 개발, 도시철도 신분당선 도입, 삼성전자 등 대기업 유치 등의 이유로 젊은 유권자들이 대거 유입됐다. 배주현 기자

◆20대 대선 접전지 수원 영통구·하남시 이번에는 과연?

경기도 정치 1번지라고 불리는 수원시는 한때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 중 하나였지만 정자지구와 한일타운 등 대형 택지지구 개발, 도시철도 신분당선 도입, 삼성전자 등 대기업 유치 등의 이유로 젊은 유권자들이 대거 유입됐다. 수원시의 4개 자치구 중 영통구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득표율에서 0.07%p(포인트) 차이를 보이며 간신히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앞서 주요 격전지로 꼽혔던 곳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띨 전망이다. 젊은층부터 노령층에 이르는 수원시민들은 "마땅한 후보가 없다"며 연신 고개를 내젓는 모습이었다.

20일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경기도청 근처에서 만난 30대 주부는 "지난 대선 당시에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감으로 보수 정당을 뽑은 주민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이 동네가 교육열이 높은 것도 한 몫했다"며 "하지만 이번 대선을 두고는 정말 인물 없다는 소리가 나온다. 김문수가 광교 개발했다지만 경선 내홍을 지켜보면서 국민의힘에게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수원의 대표 전통시장인 영동시장·지동시장 상인들도 이번 대선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20대 대선, 22대 총선에서 양 정당이 비등비등한 득표율을 올렸던 만큼 여전히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이들이 대다수였다. 이재명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 지지자는 말을 아끼고, 김문수 후보 지지자만 열을 올리는 분위기도 느껴졌다.

부모와 함께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지모(35) 씨는 "김문수 후보가 좀 더 깨끗하다는 느낌이지만 사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라며 "시장 상인도 여유가 없다 보니 정치 이야기는 서로 안 하는 게 암묵적으로 돼 버렸다. 얼마 전 김 후보가 유세 왔을 때 신기해서 구경하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20일 오전 찾은 하남덕풍전통재래시장. 시장을 지키던 상인들은 대부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다. 박성현 기자
20일 오전 찾은 하남덕풍전통재래시장. 시장을 지키던 상인들은 대부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다. 박성현 기자

경기도 하남시 역시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보다 득표율 0.5%p 앞섰던 곳이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곳이었지만 2010년대 미사강변도시 등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민주당의 강세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22대 총선 때는 '하남시 갑'과 '하남시 을'로 선거구가 분리됐고 두 곳 모두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21대 대선도 20대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하남 민심도 비등비등했다.

이날 오전 찾은 하남덕풍전통재래시장. 시장을 지키던 상인들은 대부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다. 친구와 국밥집에서 낮술을 곁들이고 있던 황모(66) 씨는 "총선과 대선은 틀리다. 윤석열도 못한 건 사실이지만 탄핵 등 민주당의 의회 폭거가 더 심했다고 본다"며 "그래도 대통령이 될 사람인데 깨끗해야 하지 않겠나. 깨끗한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장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미용실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미용실 내부 한편에 소형 태극기를 걸어둔 미용실 원장 김모(59) 씨는 "이재명이 기본소득이라면서 더 퍼준다고 하는데 그거 다 후세에 빚으로 남는 것 아니냐. 자기 할 때는 좋겠지만 그거 누가 다 책임지냐"며 "동네에 젊은 사람들이 많아져 총선 때는 민주당이 뽑혔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사회통합을 위해서라도 좌우를 모두 경험해 본 김문수가 돼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신도시의 주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시장에서 직선거리로 약 1.5㎞ 떨어진 '스타필드 하남' 인근 공원에서 만난 40대 최모 씨는 "민주당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국민의힘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혀 준비됐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냥 무작정 선거를 치르는 느낌"이라며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지사 때부터 '일은 잘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번에는 이재명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20일 찾은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역 인근 삼거리에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선거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박성현 기자
20일 찾은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역 인근 삼거리에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선거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박성현 기자
20일 찾은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역 인근 삼거리에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선거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박성현 기자
20일 찾은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역 인근 삼거리에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선거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박성현 기자

◆대선은 국민의힘 총선은 민주당 뽑은 용인시 수지구·과천시

'용인시 병' 지역구인 수지구와 과천시는 지난 20대 대선 때 윤석열 후보를 더욱 높게 지지했던 곳이다. 하지만 2년 뒤 치러진 총선에서는 나란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선출돼 민심이 요동치는 곳 중 하나다.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용인에서도 수지구는 과거 경제력을 갖춘 고령층이 많아 '보수 텃밭' 중 한 곳이었지만 신분당선 개통과 광역버스 노선 등이 조정되며 젊은 층의 유입이 늘어났고, 자연스레 보수와 진보 지지세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곳이 됐다.

수지구에서 살면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남성은 "용인 시민들은 무조건으로 특정 성향을 지지하지 않는다. 대신 누가 가장 청렴하고 도덕적인지 후보 자격을 꼼꼼히 살핀다"라면서 "아무래도 비상계엄 여파가 크기 때문에 이번 대선은 이재명 후보가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정부종합청사가 위치한 경기도 과천시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57.59%로 경기도에서 가장 득표율이 높았던 곳이다. 과천시민들은 서울과의 교통문제와 부동산 정책 등이 이번 대선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별양동에서 산책을 하고 있던 60대 장모 씨는 "문재인 정부 당시 종부세 등으로 부동산을 옥죈 탓에 내 땀으로 일군 집 3채 중 2채를 정리했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또 부동산을 갖고 장난질을 칠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과천에 있는 신천지 본부에 직접 방문해 항의하는 모습을 정말 뜻깊게 봤다. 그땐 너무 감사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했다.

후보들이 내놓은 교육·출산 공약이 와닿지 않는다는 의견도 적잖았다. 신혼생활을 과천에서 시작한 30대 임산부는 "아이가 곧 생기다 보니 출산이나 교육 관련 공약을 유심히 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마음을 못 정했다"며 "탄핵을 당한 정당을 다시 뽑는 것은 거부감이 들고 이재명 후보도 각종 사법 문제가 많아 일단 공약만 보려고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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