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50) 전 의원이 돌아왔다.
원 전 의원은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1년여 동안 독일과 영국,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마친 후 지난해 하반기 귀국했다. '정중동'의 행보를 보여 온 원 전 의원이 6'4 지방선거 제주지사 출마선언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집권 여당 내 386 세력의 대표주자이자 당내 소장개혁그룹의 대표격인 그는 이미 지난달 초, '무엇이 미친 정치를 지배하는가'란 책을 통해 '낡은 정치'의 문제점과 자신이 생각하는 '새로운 정치'와 정치개혁의 구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국민을 대변하겠다고 (정치권에)들어가서는 권력의 추종자가 돼 버리는 현재의 정치가 미친 정치다. 멀쩡한 사람도 권력의 추종자가 되는 이 현실, 이 틀을 바꾸자는 것이다. 공천에 목매달 수밖에 없는 공천제도, 상대 당을 죽이는 것이 우리에게 이익이라는 것 때문에 벌이는 소모적인 양당 대결구도, 뽑아놓고 보면 제왕이 돼 버리는 대통령제, 이 세 가지가 우리 정치가 극복해야 할 3대 장애물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정치의 틀을 바꿔야 한다. 나는 좌나 우가 아니라 아래로 하방한다. 내가 어느 당에 있는 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직 지방선거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진 않았지만 그는 이미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터지자 카드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주도하는 '변호인'을 자청하고 나서 피해 고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과 함께 신당 창당에 전격적으로 나선 안철수 의원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새누리당 내에서는 개혁성향이 강한 정치인이다.
-제주지사 출마결심을 굳혔나.
"(출마권유를)받고 있다. 늦어도 10일 전에는 (결심을)밝혀야 할 것 같다. 다만 지금 제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어떻게 결정하는지 지켜보고 판단을 하겠다. 제주도에서는 다른 지역과 달리 특정 후보(우근민 현 지사)가 1만5천여 명의 책임당원들을 입당시켜 경선에 대비하고 있다. 당에서 골치 아파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준비 안 한 사람이 뛰게 하려면 여론조사밖에 없는데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
(새누리당에서는 경선을 통한 상향식 공천을 원칙으로 제시하면서도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여론조사 경선 등을 통한 전략공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제주도 분위기는 어떤가. 지금껏 제주도는 역대 선거에서 야당세가 강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의 가상대결에서 당내 후보 중에서는 저만 (야당에)이기는 것으로 나오니까 압박이 세다. 제주도에서도 저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서 (지지율이)높게 나오는데 이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은 저로서도 정치적 운명을 건 도전이다. 가서 잘해야 저의 정치적 업그레이드와 이후의 길이 나오지, 평범한 행정가가 된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것이 당에 기여하고 저 자신의 실력을 키우고, 발전을 위한 '외통수'라고 한다면,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가겠다. 그게 맞는지는 최후의 순간까지 봐야 한다. 또 정말 출마한다면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저의 에너지를 불사르는 방안을 찾고자 한다."
-왜 제주지사인가.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1%밖에 되지 않지만 워낙 중국사람들이 좋아한다. 중국사람들은 한국 하면 서울과 제주도만 안다. 대한민국 전체를 중국과 세계에 마케팅하는데 있어서 제주도는 주력상품이 아니라 미끼상품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관광서비스, 친환경서비스, 국가이미지, 국가브랜드를 내세우는 데 있어서 얼굴 역할을 해야 하고 창조경제의 메카역할도 할 수 있는 곳이 제주도다."
-지난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독일과 영국을 거쳐 중국에서 6개월 머물다 돌아왔다.
"유럽은 여러 세대를 거쳐 완성되고 조용해 부러운 점이 있지만 우리는 빠르고 역동적인 것에 익숙해 유럽에서는 심심했다.
중국은 우리와 워낙 가깝고 앞으로도 비중이 커지고 있어 중국에 가서는 중국에 대한 선입견과 불필요한 경계심을 버리고 제대로 이해의 폭을 넓히자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늘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높은 사람들을 만나고 전문성을 얻기보다는 구석구석 가보고 중국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해보고 했더니 나름대로는 소득이 많았다. 중국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많이 깨고 돌아왔다."
-박근혜정부 아래에서 집권당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 입장에서는 얌전하고 조용한 것이 좋을 것이고 청와대 입장에서도 여당이 끽소리 안 하고 방탄 역할만 해주면 좋을 것이다. 문제는 새누리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집권당으로서 다양한 국민과 집단은 물론, 여러 분야의 불만과 비판을 정당 안으로 끌고 들어와야 한다. 이 안에서 다양한 생각들을 하나로 모아야 국민들이 볼 때, 저 정당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정부에 대해서도 야단칠 수 있는 것은 국회와 당밖에 없다. 정부를 야단치고 약한 부처를 대변해주면서 '왜 대통령을 잘 모시지 못하는가' 쓴소리도 하고, 국민을 대변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국민들로부터 안정감 있고 역동성 있는 정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지금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나중에 일이 어려워지면 민심과의 거리를 좁히기가 어렵고, 또 레임덕이 오고 나서 비판하게 되면 비겁하다. 비겁한 비판자 혹은 배신자 소리를 안 듣기 위해서라도 평상시 쓴소리를 해야 한다."
-여당 내에서 소위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시대를 열기도 했지만 여당 내 소장파는 존재감이 미미했다.
"일단 '절반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선수(選數)가 높아지고 당내 역사가 길어지면서 역사를 같이하는 사람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상호작용을 해야 하고 지지기반이 돼줘야 하는데 계속 분리된 채로 갔다. 그러다가 막상 대선이 있으면 도와주지 않을 수 없으니까 '줄 서서' 도와주는 상황에 처하는 모습으로 비치기도 했다. 지속적인 당내기반 강화라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 전당대회 때 친이계 주자로 나간 것은 큰 틀에서 보면 제가 정치하고 난 후 최악의 결정이었다. 그러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사무총장까지 지낸 입장에서 (친이계)주자가 없다고 해서 타협을 한 셈이다. 적잖은 비판을 받았고 저로서도 쓰라린 경험을 한 셈이다."
-지금도 계파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계파가)없어질 수는 없다. 그러나 비전이나 가치관 혹은 성향을 대변하면서 싸워야 국민들도 자기와 동일시할 수 있다. 지금처럼 맹목적으로 자리를 다투고 권력을 나누는 계파는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잘하기 위해서는 진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변하고 때로는 충신들이 나서듯이 '이래서는 안 된다'며 간언도 하고 해야 하는데…(아쉽다)"
박 대통령께서 지난 선거 때 '100%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외친 구호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100% 대통령이 되도록 분발하시오' 라고 건의하고 100% 대변하는 정당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안철수 의원의 선택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장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 지지 세력을 회복해 팽팽한 경합구도를 세웠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는 것 같지만 '새 정치'라는 대의명분을 포기했다. 또 민주당은 자기혁신을 이루지 못하면서 안철수라는 외부세력을 수혈했지만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를 극복할지는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안철수로서는 큰 명분을 상실했다. 또 그러한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 함께해 온 동지들과는 상의하지 않고 박경철 원장이라든가 사적인 비선라인에 의존한 것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공유하는 기본적인 자세를 소홀히 했다. 이는 집단을 이끌고 가는 리더로서는 최악의 모습이다. 민주당에서 대선주자로서의 지위는 유지하겠지만 주도권을 장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호랑이굴에 들어간 사슴'이라고 하는데 민주당의 뿌리깊은 계파 구조 속에서 안철수는 결국 이용당하고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본다."
원 전 의원은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에서 박 대통령이 당 대표를 맡을 때 적극적인 지지자였다. 또한 지난 총선에 앞서 유승민, 남경필 전 최고위원과 더불어 최고위원직을 동반사퇴, 당시 홍준표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고 '박근혜 비상대책위' 체제를 출범시켜 오늘의 박근혜정부를 만드는데도 역할을 한 바 있다.
"사실 박 대통령이 당 대표가 될 때 저희(소장파)가 친위부대로서 옹립하는데 앞장섰다. 당시 박 대통령은 당 주류였던 이회창 총재 측으로부터 많은 핍박을 받았다. 그래서 전당대회 때 '박근혜 찍자'고 저희가 선거운동의 전면에 나섰다. 다른 대안이 없었다.
특히 저는 박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반공과 경제성장'이라는 우리나라 보수의 가장 큰 산맥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통상속자이기 때문이었다. 정통상속자가 대한민국의 통합에 조금 더 앞장서고 조금 더 기득권을 깨는 개혁을 해주고, 정치인과 공인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모범을 보여준다면 대한민국이 그만큼 빨리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 대통령이 보수의 정통상속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통합이나 우리 사회의 실질적인 변화에 대해 훨씬 더 파급력과 설득력이 있다.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만 가주신다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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