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이길 수 없는 내기(서특노색의 꾀)

얘야, '이 세상에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라는 말을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옛 중국 진(晉)나라에 서특노색(西特努塞)이라는 관리가 있었단다. 이 관리는 궁궐의 허물어진 곳을 고치는 일을 맡고 있었어. 그래서 자연히 험한 일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지. 비가 새면 지붕에 올라가야 했고, 마당에 물이 차면 담 밑으로 물구멍을 뚫어야 했거든.

그래서 가끔씩 다른 신하들로부터 듣기 싫은 말도 듣곤 했어. "저기 벽 색깔이 왜 저렇게 칙칙해?" "그러게 말일세. 색깔도 색깔이지만 곧 무너지겠는 걸." "담당 관리가 무디어서 그렇지 뭐!"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서특노색은 기분이 언짢았어. '나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흉이나 보다니!'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옳지, 오늘은 저 말 많은 신하들을 좀 곯려주어야지.' 서특노색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관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어.

"모두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러분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 저와 은돈 한 냥을 걸고 내기를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신하들은 돌아서서 의논을 하였어. "아니, 저 녀석이 아무리 똑똑하다지만 내 머릿속의 생각을 어떻게 알아?" "그렇지. 설사 맞힌다고 하더라도 내가 아니라고 하면 그만인데!" "그러게 말이오. 우리 돈을 많이 걸어 저 녀석을 혼내줍시다."

"좋소!"

신하들은 모두 은돈을 한 냥씩 걸었어. 모두 스무 냥이 넘었어. 스무 냥이면 한 달 봉급이 될 정도로 큰돈이었어. "자, 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해 보게." 신하들은 돈이 생기게 되었다며 신나는 얼굴로 서특노색을 닦달하였어.

그러자 서특노색은 전혀 겁도 내지 않고 말했어. "여러분의 생각은 모두 똑같습니다." "뭐라고? 우리가 하는 생각이 모두 똑같다고? 이런 엉터리가 있나?" 신하들은 금방이라도 서특노색의 돈을 빼앗을 듯한 태세였어.

"잠깐만요? 여러분들은 지금 모두가 죽을 때까지 우리 황제님께 충성을 다하겠다고 맹세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말에 그만 모든 신하들은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 아니라고 하면 황제를 배반하겠다는 뜻이 되어 벌을 받게 될 것이었기 때문이었지.

"아이쿠, 우리가 당했구나." 그리하여 모든 신하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어. 신하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서특노색은 콧노래를 부르며 은돈 스무 냥을 챙겼단다.

그것참, 서특노색이라는 사람의 꾀가 보통이 아니로구나. 그래, 어떤 경우에라도 재치 있는 새로운 생각을 많이 해야 할 것 같구나.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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