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의 횡포에 맞서다 억울하게 해고된 것이 24년이 지나서야 밝혀졌습니다. 교육민주화 운동가로 인정받았고 나를 부당하게 해고시킨 학교재단에 복직 권고도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재단 측만 이 상황을 인정하지 않네요."
전 상주여상(현 우석여고) 교사 김도리(55'여'사진) 씨는 지난 2월 10일 국무총리 소속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민주화심의위)를 통해 교육민주화 운동가로 결정됐다. 명예는 회복됐지만 24년간 꿈꿔온 복직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씨를 해고시켰던 지역 사학인 육주학원이 '민주화심의위'의 복직 권고를 인정할 수 없다며 50여 일이 지나도록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주학원은 상주우석여고'성신여중, 경산여고'여중 등 6개 학교로 구성돼 있다.
김 씨는 1982년부터 상주여상에서 교사로 재임 중 1990년 4월 1일 육주학원 이사장에 의해 교원 품위 손상을 이유로 해임됐다. 다른 학교의 유부남 교사와 부적절한 교제를 했다는 이유. 김 씨는 상대 남성이 이혼했다고 속이고 일방적으로 교제를 위해 접근했을 뿐, 부적절한 교제가 아니었다고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당시 김 씨는 신규 채용 교사에게 기부금을 강요한 재단에 항의하고, 학생기록부를 조작한 교무과장의 인사 조치를 요구하는 등 재단의 횡포를 용기 있게 지적하고 있었다.
실제로 1989년 2월 상주여상 교사 6명은 양심선언을 통해 "채용 과정에서 재단의 강요로 300만~1천만원씩의 기부금을 냈다"며 반환을 요구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김 씨는 "당시 여교사들의 경우 기부금을 내고 들어와 결혼하면 (학교에서) 나가야 되는 것이 의무화되다시피 했는데, 여기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 진짜 해임 이유"라고 했다.
김 씨는 즉각 해임처분 무효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학원 측 손을 들어줬다. 이후 재심까지 청구했지만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김 씨는 2000년 "사학재단의 부당한 관행과 싸우다 해임됐으니 교육민주화 운동가로 인정해달라"며 민주화심의위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위원회마저 신청을 기각했고, 2004년 행정소송도 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김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10년이 지난 지난해 2월 민주화심의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민주화심의위는 "기부금 강요와 보복 인사, 여교사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며 평교사협의회를 조직하는 등 사학재단의 전횡에 맞서고 교육민주화에 앞장선 점이 인정된다. 해임 과정이 사생활 폭로 등 인권을 침해하며 여론몰이식으로 진행된 측면이 크다"며 마침내 교육민주화 운동가로 인정했다. 아울러 육주학원에 김 씨의 복직을 권고하고,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해직 기간을 산정해 생활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가 외롭게 투쟁에 나선 지 24년 만이다. 하지만 육주학원 측은 "민주화심의위의 결정은 김 씨에게만 일방적으로 묻고 결정한 것이어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육주학원 관계자는 "4월 중 심의위에 반박 자료를 올려 다시 심의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민주화심의위의 권고 이행을 무시하고 재심의를 요청하는 사례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민주화보상법에 가해자가 재심의를 요청하는 규정은 없다.
김도리 씨는 "재단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심의위 복직 권고 이행을 거부하는 게 의아스러울 뿐"이라며 "재심의를 요청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단독] 국민의힘, '보수의 심장' 대구서 장외투쟁 첫 시작하나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장동혁 "尹 면회 신청했지만…구치소, 납득 못 할 이유로 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