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분야 간 융합을 통해 현대사회에 적합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권기선 경북경찰청장은 취임 100일을 앞두고서야 숨을 돌리는 중이다. 취임 직후부터 쉴 새 없이 사건사고가 겹쳤기 때문이다. 경북경찰청에 부임하던 지난해 12월 27일에는 철도노조 파업이 한창이었고, 겨울 끝에 경북 동해안에 폭설이 덮치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2월 17일에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로 128명이 죽거나 다치는 참사가 발생해 40여 일간 수사에 매달렸다.
권 청장은 "폭설 피해와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AI 확산 등 세간에 집중된 이슈들은 치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고심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지금까지 행정은 각 행정기관들이 각자의 영역에만 국한돼 업무를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제대로 대응할 수 없죠. 일반 행정과 치안이 힘을 합쳐 불안과 위험 요인을 진단하고 대책을 세우는 융합 행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대구 출신인 그에게 경북은 공직자로서 삶을 시작한 곳이다. 1988년 포항경찰서 정보계장으로 시작한 이후 고령, 대구 등 지방청과 경찰청 본청을 오가며 공직 생활을 이어갔다. 경북경찰청은 2006년 영주경찰서 서장을 지낸 이후 7년 만이다.
그가 경북의 치안 책임자로 돌아와 처음 내세운 기치는 '홍익경찰'이었다. '홍익'(弘益)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단군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에서 따온 말이다. "널리 인간이 이롭도록 기존의 한계와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흐르며 어떤 그릇에도 담기는 물과 같은 치안행정을 하자는 뜻입니다."
그러나 '홍익'의 개념이 생소하다거나 "특정 종교와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뿌리를 찾아 치안에 접목하자는 뜻이지 단군의 신격화 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주민들이 원하는 곳에 찾아가고 눈높이에 맞춰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권 청장은 "불안'불신'불확실을 바로 잡는 '3불(不) out'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법과 원칙이 바로 선 건강한 경북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경찰 활동이 지역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계기도 만들 계획이다. 기업 활동까지 가로막힌 무리한 수사를 지양하고 물류 개선을 위한 교통 및 도로구조 개선도 하겠다고 했다. 권 청장은 "각 지자체의 경제 주체들로부터 여론을 수렴하고 개선 방안을 찾은 뒤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도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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