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을 맞아 결혼철이 찾아왔다. 특히 올봄은 결혼식장 잡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한다. 왜냐하면 올해 10월이 윤달이라고 해서 '윤달에는 결혼을 안한다'는 속설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청첩장을 받으면 축하하는 마음보다 축의금 부담을 먼저 머리에 떠올리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최근 한 취업포털(사람인)이 직장인 9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의 96%가 경조사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71%는 경조사비를 내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내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식은 신랑 신부에게 있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너무나도 중요한 날이다. 이러한 소중한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서 찾아가는 하객들이 가장 많이 어려워하고, 심지어 부담으로까지 생각하는 것이 바로 축의금이다. 보통 축의금은 주는 만큼 돌려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가까운 사이일수록 얼마를 하는 것이 좋을지, 금액이 적다고 여기지는 않을까 고민하게 된다.
가난했던 40여 년 전. 동네잔치에 친정어머니는 식혜 한 단지를 해서 이웃집 잔치를 빛냈던 기억이 지금도 선하다. 또 앞집 숙이 어머니는 잔칫집 마당에서 솥뚜껑을 뒤집어 놓고 쪼그리고 앉아 고소한 기름 냄새 묻어나는 나물전을 온종일 쏟아냈다.
집집마다 음식이나 품앗이 등의 기부를 통해 잔치는 어른 아이 모두가 즐기는 동네잔치가 되었다. 체면이나 허례허식보다는 진심을 다해 함께 축하하고 함께 기뻐했다.
요즘 언론을 통해 피곤한 고비용 결혼식 대신 청첩장, 축의금, 화환이 없는 '3무(無)' 결혼식이 늘어난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교회나 성당에서 가까운 친지만 불러 조촐한 예식을 올리는 경우나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조용한 결혼식은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도 청렴 문화 정착을 위해 경조사 통지와 경조금품의 수수 제한 등 공무원 행동강령을 정해 시행하고 있다. 즉 '친족이나 현재 또는 과거 근무했던 기관의 소속 직원 이외 직무관련자나 직무관련 공무원에게 경조사를 알려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친족 또는 회칙에서 정한 경우 이외 경조사와 관련하여 5만원을 초과하여 경조금품 등을 주거나 받아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축의문화 개선과 함께 대구광역시의 청렴 문화 정착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결혼식은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람들만 모여 축하해주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축의금도 서로에게 부담되지 않는 식사비 정도가 좋을 것이다. 체면이나 허례허식보다는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는, 축하문화 정착을 위해 다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
박일홍 대구 남동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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