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선린병원 노조, 이사장 비리 의혹 제기

30억 회수·가족 경영·알박기 '엇갈리는' 주장

린병원 본관
린병원 본관
포항선린병원 부속 한방병원과 재활요양병원
포항선린병원 부속 한방병원과 재활요양병원

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병원 중 하나인 포항선린병원은 설립자가 의료선교를 위해 사회에 기부한 공익적인 성격의 의료기관이었다. 그러나 개인이 병원을 사유화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0년 한때 재활병원 증설 등으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보건소장 출신의 C이사장이 개인돈 30억원을 투자하면서 이사장에 취임했다. 그때부터 이사진은 C이사장의 친인척, 관계인 등으로 새로 구성됐고 일부 핵심보직도 친인척으로 채워졌다.

이렇게 병원이 사유화되면서 C이사장에 대한 각종 횡령'배임 의혹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C이사장은 "취임 이후 병원 경영을 정상화시켰는데 전'현직 이사들끼리 갈등으로 이런 의혹이 제기돼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근 C이사장은 병원 노조와 직원들의 잇단 의혹제기에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사진들은 3일 이사회에서 유임을 결정했다. 이를 두고 병원 직원들은 이사장을 제외한 7명의 이사진 중 절반 이상이 C이사장 가족과 관계인이라는 점에서 큰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C이사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살펴봤다.

◆C이사장의 취임 과정

2010년 C이사장이 취임 직전 병원 내규에는 이사 선임 요건으로 안수집사나 장로 등의 직책이 필요했다. 당시 그는 교회 직책이 없는 상태여서 이사 선임이 불가능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하지만 모 이사가 자금경색 해소를 위해 병원 경영 등으로 자금력이 있는 C이사장 영입을 주장했다. 이사들은 경영 정상화가 시급했기에 C이사장 영입을 위해 '병원 기여도가 크면 이사 선임이 가능하다"는 별도 규정을 마련했다. '병원기여도' 요건은 C이사장이 개인 돈 30억원을 병원에 빌려주는 것으로 했다. 한 병원 퇴직자는 "(전직) 이사들은 혹시나 있을지 모를 C이사장의 비정상적인 경영을 우려해 출연금 대신 개인 돈을 무이자로 빌리기로 하고 그를 영입했다. 하지만 그는 30억원에 대한 이자를 병원에서 물게 했고, 얼마 후 원금까지 회수해 결국 그가 병원에 기여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셈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C이사장의 주장은 다르다. 그는 "현 이사들이 내가 이사장에 선임되면서 병원에 빌려준 현금 30억원에 대해 6%의 이자를 주기로 했다. 이를 믿고 1년 동안 이자를 받았고 추가로 이뤄진 대출금 10억원에 대해선 이자를 받지 않았다. 내가 돈을 빌려주지 않았으면 병원은 큰 고초를 겪었을 것"이라고 했다.

◆가족들의 경영참여

병원 직원들은 C이사장의 친인척 및 관계인들이 요직을 차지함으로써 비리 의혹을 부추긴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시정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 C이사장은 취임 직후 전직 이사진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했다. 새 이사진은 C이사장의 부인과 병원 신축건물 공사를 맡은 건축회사 전 이사, 병원 용역업체 사장 등으로 구성됐고, 병원 부지 알박기 의혹을 사고 있는 C이사장의 지인인 부동산업체 감사가 병원 감사를 겸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병원 개발정보가 새어나가 알박기가 가능했다고 병원 직원들은 주장했다. 특히 C이사장의 동생 부인(제수)이 경리팀장을 맡으면서 병원 직원들은 자금 집행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사장이 자신들의 측근으로 이사진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은 '거짓말' 때문이라고 전직 이사들은 주장하고 있다. 한 전직 이사에 따르면, "C이사장 측이 '자금경색 해소를 위해 은행권에 돈을 빌려야 하는데, 은행에서 이사들의 교체를 요구했다. 석 달 후 다시 불러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이사진을 바꿨다"고 밝혔다. 당시 이사들은 병원을 살리기 위해 이사장 측의 요구를 모두 들어줬는데, 이것이 C이사장 측근 경영체제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한 전직 이사는 C이사장이 전직 이사들을 쫓아내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며 사기 등의 혐의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횡령'배임을 둘러싼 의혹

병원 직원들은 무이자로 30억원을 빌려준다고 한 C이사장이 병원을 통해 이자를 꼬박꼬박 받아갔다며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C이사장은 "병원 경영이 어려워 현금 30억원을 빌려줬고 이사회 결정으로 이자를 받은 것뿐이다"고 해명했다.

임상과장(의사)들은 한동대와 2008년 법인 분리되면서 소송을 통해 받아낸 직원 퇴직금 80억원(이자분 24억원)에 대한 사용처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사장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과장은 "직원에게 돌아가야 할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면 명백한 횡령이다. 현재 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조차 알 수 없다 "고 말했다.

병원 건물과 땅을 담보로 한 부채도 논란거리다. C이사장 취임 전 병원은 304억원의 부채를 지고 있었는데 취임 후인 2011년 은행으로부터 300억원을 추가로 대출했다. C이사장은 "취임 후 300억원을 대출한 것은 앞선 대출을 갚기 위한 일종의 '돌려막기' 다. 취임 전에 비해 부채 규모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알박기 의혹

병원 노조는 기존 병원 건물과 재활병원 사이의 부지에 C이사장 지인이 운영하는 부동산업체가 개발정보를 미리 알고 '알박기'를 했다며 비난했다. 알박기 의혹을 사고 있는 부지 361㎡는 2011년 11월 C이사장의 지인이 운영하는 부동산업체가 8억8천만원에 매입했다가 이 중 33㎡만 최근 병원에 팔았다. C이사장은 "지인이 운영하는 부동산업체가 땅을 매입한 것은 나중에 땅을 쉽게 이용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지만, 병원 직원들은 "부당이득을 챙기기 위한 꼼수"라고 맞서고 있다. 이 업체가 설립된 것은 그해 6월이며, 따라서 부동산 개발 차익을 위해 급조된 회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포항선린병원과 C이사장은?

포항선린병원은 현재 480병상 600여 명(의료진 320명 포함)의 직원이 근무하며 하루 1천200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는 최대 종합병원 중 하나다. 병원은 고 김종원 장로가 전쟁고아를 돕기 위해 1953년 설립했다. 의료선교에 중점을 두고 병원을 운영하던 설립자는 병원의 상업화와 사유화를 막기 위해 법인화한 뒤 1997년 한동대학교에 기증했다. 2008년 한동대와 분리돼 나온 병원(인산의료재단)은 재활병원 건립 등 성장을 진행하다 자금난에 빠졌고, 이때 C이사장이 취임했다.

예방의학과 의사 출신인 C이사장은 1996년 포항 보건소에서 시작해 2011년 퇴직 때까지 보건소장을 지냈다. C이사장은 "별다른 잘못이 없는데 이런 의혹에 휩싸여 억울하다"는 심경을 밝히고 있다. 향후 검찰 수사에 따라 병원 직원들과 노조의 주장이 맞는지, C이사장의 항변이 맞는지 가려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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