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부러워하는 기적과 같은 발전을 이룬 나라, 대한민국! 이 나라가 요즘 너무 슬프다. '슬픈 대한민국!'
지금 이 대한민국의 국민 전체가 세월호의 충격으로 슬픔과 분노, 그리고 그 끝에 필연처럼 찾아오는 집단 우울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람들은 묻고 또 묻는다. '어디서부터 잘못이고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 것인가?'라고.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다시 이 문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답을 내놓는다. 그런데 이런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과 방법, 심지어 그 내용조차도 구차한 변명처럼 느껴진다. 지나친 냉소주의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세월호 사건은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는 온전히 사람의 문제이다. 지금 식자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놓고 보면 이번에야말로 재난대책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서 완벽한 방재 및 구호체계를 만들 모양이다. 좋다. 완벽한 재난대책을 만들 수 있고, 또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그러나 그것을 지켜야 할, 그래야만 안전할 수 있는 바로 그 사람들이 안 지키는 데에야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어제도 자동차로 퇴근하는 길에 좌회전을 하려고 깜박이를 켜고 서 있었다. 마침 맞은편 차로에 통행하는 사람과 차량이 전혀 없었다. 그러자 내 앞의 차는 푸른 신호였음에도 불구하고 재빠르게 유턴을 하고 굉음을 내며 반대방향으로 질주해 갔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이와 정반대의 기억도 있다. 2008년 가을 캐나다의 샬럿타운이라는 아주 작은 도시로 출장을 간 적이 있다. 마침 늦은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기다리던 숙소에서 도로 쪽 창을 통해 그 도시의 가장 큰(?) 교차로를 볼 수 있었는데 어느 방향으로도 신호를 어기는 운전자를 보지 못했다. 물론 매번 반대편 차로는 비어 있었고 지나가는 행인도 거의 없었다. 이튿날 숙소의 직원에게 인상 깊었다고 이야기하니 직원은 당연한 것에 놀라워하는 내가 더 이상하다는 듯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직원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하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아무리 세월호 대책을 논하고 법령을 정비하고 시스템을 갖춘들 무엇하겠는가? 결국은 사람의 문제인 것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동체에 대한 기여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세상에서 이런 일이 안 일어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이제라도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영어나 수학보다 국사와 사회 교과가 더 중요시되어야 하고, 수능 점수보다도 인성 점수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이긴 자와 강한 자들이 패자와 약자의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아량도 베풀 수 있어야 한다. 번잡한 도로에서는 웃으며 먼저 가라고 손짓을 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필자는 이런 상생의 길로 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앞서 말했듯 남에 대한 존중과 공동체 의식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다른 사회구성원들의 희생과 공헌에 대한 성찰, 즉 '국가보훈 의식'의 함양을 통해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사느냐'보다 '무엇을 먹고살 것이냐'를 더 중요한 의제로 인식하는 한 아무리 많은 '세월'(歲月)이 흘러도 제2, 제3의 세월호 사건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삶의 가치를 정신보다 물질에 두는 이상, 친구에게서 빌린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모조품인 줄도 모르고 그걸 잃어버렸다가 진품으로 되돌려주기 위해 10년의 세월을 허송하고 나중에야 후회하는 모파상의 소설 '목걸이'의 여주인공 마틸다들을 수없이 만나야 할 것이다.
이제 정말 잔인한 4월이 다 가고 있다. 우리들의 눈앞에서 5월의 녹음이 짙어갈 것이다. 또 곧이어 호국보훈의 달 6월이 시작된다. 6월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자못 마음이 무거워진다.
오진영/대구지방보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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