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동희의 동양고전 이야기] 조선시대 왕들도 배운 제왕학 교과서

정관정요(貞觀政要)

당나라 2대 황제 태종과 그를 보좌한 신하들과의 문답을 적어 놓은 책이다. 제왕의 통치술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실려 있어 예로부터 제왕학의 교과서로 불렸다.

'정관'은 태종대의 연호이고, '정요'는 정치의 요체라는 뜻이다. 640년쯤 당나라 역사가 오긍(吳兢)이 편찬했다. 10권 40편으로 구성되었다. 제왕의 통치 전 분야에 대해 언급해 두었다. 당 중기 이후 제왕들이 많이 읽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조선 초 경연(經筵'왕에게 강의하는 자리)에서 자주 강의되었다.

태종이 창업(創業)과 수성(守成) 둘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운지 물었다. '창업'은 나라를 세우는 것을 말하고, '수성'은 나라를 계승 발전시키는 것을 말한다.(흔히 '守城'이라 하여 성을 지킨다고 쓰는 것은 오류다)

이에 방현령(方玄齡)이 말했다. "천하가 혼란할 때는 영웅들이 다투어 일어납니다. 통일을 하려면 군웅들을 쳐부수어야 하니 창업이 어렵습니다." 그러자 위징(魏徵)이 반론했다. "제왕이 왕위에 오르면 전대의 혼란을 고스란히 짊어집니다. 또 창업은 하늘이 주는 것이지 백성이 주는 것이 아니니 어렵다고만 할 수 없습니다. 천하를 손에 넣은 뒤에는 교만과 안락에 빠져 백성들이 세금과 부역 등 괴로움을 당합니다. 수성이 더 어렵지요."

이 말을 들은 당 태종이 말했다. "방현령은 나와 함께 천하 통일을 위해 고초를 같이했으니 그 말이 지당하고, 위징은 나와 함께 천하의 안정을 꾀하고 나라가 장차 위태로울까 노심초사하였으니 그 생각도 일리가 있다."(군도편'君道篇)

태종은 현신들의 말을 허심탄회하게 경청하여 좋은 정치를 펼쳤다. 이 외에도 정치에 참고가 될 만한 좋은 교훈들이 책에 많이 실려 있다.

위징은 "군주는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정체편'政體篇)

태종이 "인재를 구하는 데 신중을 기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일을 할 때마다 천하가 다 보고 듣도록 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자 위징이 말했다. "지금은 태평성대이니 재능과 인격을 겸비한 자를 등용해야 합니다. 재주가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심각한 해를 끼칩니다."(택관편'擇官篇)

태종이 위징에게 "내가 백성을 위무하는지, 아니면 방종하고 절제 없이 노여워하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원래 자신이 하는 바는 자신이 잘 모르는 법이니 말해주기 바란다"라고 했다. 위징이 대답했다. "희로애락의 감정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제어하지 못하고 과격해집니다. 폐하의 덕은 높습니다. 어려울 때를 대비하시어 유종의 미를 거두시기 바랍니다."(종신편'終愼篇)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