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유병언 괴담'에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합세하고 나섰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어제 국회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변사체가 실제 유 씨가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 근거는 유 씨 시신 감식에 입회한 순천경찰서와 전남도경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외관상 유병언이 아님을 자신한다고 말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결론적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온갖 과학적 기법으로 밝혀낸 '과학적 진실'은 못 믿고 경찰관계자의 눈대중은 믿는다는 것이다.
참으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제1 야당의 원내대변인이라면 괴담을 퍼뜨리는 무책임한 대중과 달라야 한다. 박 원내대변인의 의혹 제기는 그의 인식 수준이 괴담 유포자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도 싸다. 국과수는 유 씨의 사인은 규명하지 못했지만 유 씨의 시신이 실제 유 씨가 맞다는 것은 분명히 밝혀냈다. 불만족스럽지만 현재로선 이를 믿을 수밖에 없다. '유병언 괴담'은 이를 믿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 점에서 박 원내대변인의 의혹 제기는 괴담의 재방송에 불과하다.
박 원내대변인뿐만 아니다. 박지원 의원도 앞서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시신이 발견된 시점은 경찰이 발표한 6월 12일이 아니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전인 4월이라고 주민들이 말했다"며 "시신을 바꿔치기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박 의원은 "국과수의 DNA 분석 결과를 의심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시신 바꿔치기'라는 사실과 'DNA 분석 결과 100% 유병언 시신'이란 양립 불가능한 사실의 등치(等置)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이 안 되는 말이다.
새정치연합이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유병언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건강하고 합리적인 의심이 아니라 재'보선 판세를 유리하게 '재편'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유치한 '선거공학'으로 새정치연합은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세월호 참사와 유 씨 수사에서 드러난 정부의 치명적인 무능에도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를 새정치연합은 곰곰이 생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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