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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듯 깊이 있는 '한국의 피카소'…노순천 초대전

노순천 작
노순천 작 '서있는 사람'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며 자신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풀어놓는 작가 노순천 초대전이 11일(월)~30일(토) 갤러리전에서 열린다.

노 작가는 미술시장에서 재능을 타고난 작가 또는 피카소를 연상시키는 한국의 신진작가로 불릴 만큼 주목받고 있다. 이는 신인이지만 실력으로 많은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았음을 의미한다. 노 작가는 30대 초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성숙하고 세련된 작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풍부한 상상력을 절제된 표현으로 갈무리한 그의 드로잉 작품은 피카소의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노 작가의 드로잉 작품 소재는 인물이다. 드로잉의 특성상 작품 속 인물들은 완성되지 않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다 만 것 같은 얼굴에서는 세세한 감정 대신 무표정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의 드로잉 작품은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깊이 감을 갖고 있다.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다양한 감정이 관람객을 엄습한다. 때론 웃음이, 때론 말 못할 슬픔이 느껴진다. "마음과 머리에서 생겨난 많은 생각과 복잡한 감정들은 강물처럼 어디론가 쉴 새 없이 흘러가고 있다. 나는 강물 일부를 떠내듯 두 손으로 흐르는 생각 일부를 떠내 몸 밖에서 표현하고자 했다"는 작가의 변처럼 그의 드로잉 인물은 현대인의 다양한 감정과 변화무쌍한 내면세계를 품고 있다.

게다가 노 작가는 평면 작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즉흥적이고 우연적인 드로잉의 속성을 조각에 반영해 군상들이 갖는 다양한 심상을 입체화한다. 드로잉에서 조각으로의 확장은 장르 간 이동이 아니라 드로잉의 연장 선상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노 작가의 조각이 선적인 재료를 활용해 공간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 작가의 조각은 평면 속 이미지가 선과 선 혹은 선과 면의 단순한 형태로 표현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에 따라 그의 조각에서는 보편적 조각미로 통하는 질서와 균형 대신 절제미가 돋보인다. 이는 1960년대 회화가 자기 억제를 시도했던 미니멀적 성향을 닮았다.

2차원(평면)에서 표현했던 것을 3차원(공간)으로 옮기는 노 작가의 작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에 대해 노 작가는 "평면에서 공간으로의 확장 과정에 많은 걸림돌이 있다. 평면이 이상이라면 입체는 현실이다. 중력이라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을 알면서도 계속 이상적인 것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평면의 탐구가 선을 통해 공간의 탐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평면과 입체 모두를 보여주고 싶은 젊은 작가의 탐구 정신이 어디로 귀착될지 주목된다. 한편 노 작가는 창원대 예술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했으며 일본 나가사키 코쿠라야갤러리, 서울 갤러리라메르, 부산 아트갤러리유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053)791-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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