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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읽기] 풍광의 맛, 사람 사는 맛 음미하는 수필 7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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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구활 지음/ 눈빛 펴냄
맛있는 여행/ 구활 지음/ 눈빛 펴냄

수필가 구활이 2009년 9월부터 매일신문 주간지 '주간매일'에 썼던 '구활의 고향의 맛' 원고들을 엮은 수필집이다.

저자의 수필은 제목부터 눈길을 확 잡아끈다. 이번 수필집에 수록된 글 중 '겨울 바다, 그 쓸쓸함에 대하여'와 '여름 바다, 그 황당함에 대하여' 연작을 비롯해 '달마가 남쪽으로 온 까닭' '메뚜기 잡아 보낸 범공 스님' '온천에서 만난 이슬람 처녀들' 같은 제목은 글을 읽기도 전부터 머리 속 침샘을 자극한다. 그곳 풍광의 맛, 그리고 그곳 사람들의 사는 맛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실제로 입속 침샘을 작동시키는 제목도 여럿, 눈에 들어온다. '겨울 바다와 눈꽃송이 회' '멍게와 소주의 블루스' '주꾸미 먹통 라면' 등 맛을 소재로 쓴 글들이다. 모두 77편이다.

박양근 문학평론가는 저자에 대해 '풍류객'이라고 했다. "구활은 자신을 바람에 일치시킨다. 자신의 이름에 대해 '8할이 바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며 "자유분방하면서도 고전에 바탕을 둔 문풍(文風)으로 현대수필계에서 유'불'선을 넘나드는 유일한 산문가로 인정받았다"고 평했다. 또 "구활의 풍류는 그저 풍경 좋은 곳을 찾는 감각적인 쾌락과 전혀 다르다. 신라 때 최치원이 밝혔듯이 '얽매임이 없는 인생을 추구하는 미학'이다"고 덧붙였다.

이런 맥락에서 책을 읽어보면 저자는 그저 눈을 끄는 풍경과 입을 당기는 맛만을 쫓는 여행은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하늘의 그물'에서 저자는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 들러 그곳의 풍광과 음식에만 매달리지 않고, 우리나라 문인화의 대가 우봉 조희룡의 유배지를 주목한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추사 김정희와는 다른 길을 걸었고, 산수와 매화 그림은 오히려 추사보다 나았다는 평가를 받는 우봉. 저자는 우봉이 말년에 유배의 고독을 씹었던 오두막 터를 끝내 찾지 못하고 아쉬워하며 섬을 빠져나오는 배를 탄다.

그래도 맛이 주는 여운은 빼놓을 수 없다. 다음에 와서는 오두막 터에서 꼭 막걸리 한 상 차려 마시길 기약한다. 귀양살이에 지친 우봉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또 실은 우리도 우봉처럼 귀양살이 인생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수필 제목으로 가져다 쓴 이 시를 읊조린다.

'하늘의 그물은 성글지만/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다만 가을밤에 보름달 뜨면/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기러기들만/ 하나둘 떼 지어 빠져나갑니다.' (정호승 시인의 '하늘의 그물')

저자는 매일신문 문화부장, 논설위원 등을 지냈다. '구활의 고향의 맛'에 이어 현재 주간매일에 음식과 여행을 주제로 '구활의 풍류 산하'를 연재하고 있다. 304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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