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태종대 감지해변 오른쪽에는 기암절벽이 있다. 그리고 그 절벽 앞 바닷속에는 세 개의 수중산맥이 있는데, 태평양을 향해 뻗어 있다. 산맥은 석삼(三) 자가 아닌 내천(川) 자 모양을 하고 있다. 산맥의 정상부는 15~20m이고 골짜기는 25~35m이다. 도심과 가까운 해변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연산호들이 고르게 발달해 있고 백송이나 해송까지 있어 지형이나 생물상은 어느 유명 포인트 못지 않다.
그러나 대체로 시계가 3m 이내인 날이 많아 물때와 바다의 사정이 좋은 날이라야 그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수심 20m권에서부터 볼거리가 많은데, 불타는 듯한 홍산호들이 잘 발달되어 있고 자연 그대로의 대형 멍게들이 암반을 점령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양염류가 풍부하고 뻘층이 많은 암반 사이사이로 각양각색의 유령새우와 투명새우들이 버글버글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생물체는 흥미롭기도 하지만 일상에 지친 마음을 넉넉하게 해준다. 시야가 너무 좋아 보이지 않았고 느낄 수 없었던 물속의 미세한 생명의 움직임을 흐린 물속 환경에서 볼 수 있는데, 느림의 미학과 작은 것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이 포인트의 이름은 끝바리. 해변의 굽어지는 끝부분에 있어 조류가 센 편이다. 그러나 수중산맥 안에 들어가면 조류의 영향이 훨씬 덜 느껴진다. 이런 경감되는 효과 때문인지 이곳에선 성장기를 보내는 수많은 치어떼를 볼 수 있다. 물고기와 놀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런 수중산맥을 보통 '여'라고 부른다. 1여, 2여, 3여라고 순서대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곳으로 가기 위한 방법이 여럿 있다. 제일 쉬운 방법은 보트다이빙을 하는 것이다. 비용이 좀 들기는 하지만 편안하고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입수할 때만 보트를 이용하고 수중산맥에서 놀다가 공기가 80~100바 정도 남으면 나침반 방위각을 30도를 유지한 채 직선으로 감지해변으로 돌아오는 방법이다. 세 번째 방법은 감지해변에서 입수해 부력조절기에 공기를 넣고 스노클을 이용해 수면 유영으로 수중산맥까지 이동한 다음 자신이 들어가고 싶은 포인트에서 입수하여 수중 산책을 하고 두 번째 방법과 같이 감지해변으로 돌아오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비용이 저렴하고 운동량이 많다는 것이 장점이다. 단점은 수면 위로 이동하는 40분가량은 열심히 오리발을 차야 하므로 힘들다는 것이다. 바람이나 조류 방향이 반대이면 더 힘들어진다. 또 수중산맥의 형태와 위치를 잘 알아야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대로 하면 정확한 위치에 입수할 수 있다. 이런 수면 이동방법을 '렁 스위밍'이라고도 한다.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물질하기 위해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요령은 세월아 네월아 하며 천천히 가겠다는 느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상당한 추진력은 있어야 조류나 바람에 밀리지 않는다. 자신의 실력에 맞는 방법을 채택하면 된다. 먼거리를 렁 스위밍하려면 초보자의 경우 아무래도 마음이 급해진다. 그러다 보면 다리에 쥐가 나서 낭패를 겪기도 한다.
또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권하고 싶지는 않다. 수면이동으로 수중산맥에 도착, 입수해 물질을 즐기고 상승한 다음 다시 수면이동으로 감지해변까지 돌아가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엄청 힘들다. 역방향 바람이나 역조류를 만나면 힘들고 더 심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 바다의 날씨는 언제 급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 방법은 위험하다. 강철체력과 정신력이 있다 하더라도 물질은 안전이 제일이다.
고경영(스쿠버숍 '보온씨테크' 대표)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