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담뱃값 인상,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 10년간 오르지 않았던 담뱃값이 2천원 인상된다. 지난해 3월에도 인상이 추진됐으나 여러 반대 여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무산된 뒤 금연을 통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내년 1월부터 인상하기로 결정된 것이다.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고, 늘어나는 세금 수입이 옳은 방향으로 쓰인다면 큰 이견이 없어 보이는 이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논란을 어떻게 봐야 할까?

담뱃값 인상의 장점은 첫째, 국민 건강에 중요한 흡연율과 흡연량 감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이다. 담뱃값이 올라서 담배를 끊게 되고, 그로 인한 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 효과는 구매력이 약한 서민이나 청소년에 더 크게 나타난다. 경제 수준과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담뱃값 인상의 효과는 여러 나라에서 검증됐으며 금연 정책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담뱃값 500원 인상 이후 성인 남성 흡연율은 12% 정도 감소했다.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담뱃값을 2천원 올리면 흡연자의 32.3%가 담배를 끊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만큼 가격 인상으로 인한 금연 효과는 크다.

경제적인 측면을 보면, 담뱃세 인상분을 흡연자의 금연 진료 보조, 금연 교육 등 직접 납세자(흡연자)에게 도움을 주는 쪽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저소득층 지원 등 다양한 공익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간 흡연율 감소를 위한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국가의 노력을 생각해보면 담뱃값 인상을 통한 흡연율 감소의 세금 외적인 경제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금연을 통한 미래의 질병 치료비 감소와 국민 건강 증진의 경제적인 이득은 천문학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담뱃값 인상의 단점으로 일부에서 물가 상승과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서민들이 많이 피우는 담뱃값 인상이 저소득층에 세금을 더 부담하게 하는 '소득역진성'이 심하고, 저소득층에 경제적 부담을 주므로 사회정의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저소득 서민들의 흡연율이 더 높고, 세계적으로도 2000년 이후부터는 저소득 국가의 흡연으로 인한 질병 사망이 더 많다. 저소득층은 담배로 질병이 많이 생기고, 이로 인해 더 빈곤해지는 '흡연으로 인한 빈곤의 악순환'이 생긴다.

저소득층을 위해 담뱃값 인상을 반대하는 것은, 건강에 해로운 담배를 서민들이 싼값에 많이 피우도록 하는 셈이다. 담뱃값 인상은 서민층에 가장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이후 지난 10년간 담뱃값이 동결됐다. 그동안의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담뱃값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노르웨이 담뱃값 1만5천원의 6분의 1, OECD 국가의 평균 담뱃값 6천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에 비해 싼 담뱃값이 흡연율을 높게 유지하는 데 일조했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44%로 OECD 회원국 중 2위이며, 중고등학교 청소년 흡연율도 14.4%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민 건강에 중요한 흡연율 감소를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정책인 가격 정책이 필요한 시기에 담뱃값 인상이 결정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높은 흡연율로 질병과 건강 악화의 피해를 입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서라도 흡연율을 감소시켜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 담뱃값 인상은 잘된 일이다.

담뱃값은 물가와 연동해 지속적이고 주기적으로 인상돼야 한다. 담뱃갑 경고 강화와 비흡연자 보호를 위한 공공장소 금연 등 다른 비가격 정책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건강, 경제, 문화적인 영향을 가진 담배에 대한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수의 국민들이 만족하는 공리주의적인 합의 과정도 필요할 것이다.

흡연자들은 이번 기회에 ▷금연 시작일을 정하고 ▷흡연이 중독임을 인정하고 주위의 도움을 받아서 ▷중독이 심한 경우는 보조제를 사용하며 ▷흡연 욕구가 심한 갈구 현상(craving) 시기를 잘 넘겨서 금연에 성공하기 바란다.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저렴한 담뱃값과 높은 흡연율의 후진적인 행태가 개선되기를 바란다.

김대현 계명대 의과대학 교수(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대구지부장, 2011~2012년 국제금연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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