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공항, 치우친 입지 수용못해" 대구시 조건부 수용 선회

"정부 추진안 따르겠다" 기존 소극적 입장 탈피 권 시장 전제조건 제시

밀양 신공항 조감도.
밀양 신공항 조감도.
지난달 25일 권영진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가 대구시청 2층 상황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달 25일 권영진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가 대구시청 2층 상황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통합신공항 건설과 남부권 경제공동체 발전을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8월 정부의 항공수요조사 결과 발표 이후 대구시의 남부권 신공항 전략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대구시는 기존의'정부 추진안대로 따르겠다'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탈피해'조건부 수용'이라는 적극적인 자세로 선회함에 따라 예비타당성 조사 이전에 완료해야 할 5개 시도 합의서 작성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부산의 경우 가덕도를 염두에 둔 예비타당성 조사기준 반영을 고집하고 있어 대구경북과 울산, 경남과 일전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합의서 작성 등 후속 작업이 시급한 상황에서 대구시까지 강성으로 돌아서자 속만 태우고 있다.

◆대구시의 입장 변화

대구시는 항공수요조사 결과 발표 직후까지만 해도 신공항 항공 수요가 충분하다는 결과 발표에 두 손 들어 반겼다. 대구시는 이때까지 "정부의 추진안대로 따르겠다"며 대정부 및 정치권과 각을 세우지 않았다. 하지만 수요조사 발표 이후 적극적인 자세로 변했다. 정부 추진안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지역만을 고집하는 부산시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을까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최근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신공항이 남부권 경제 공동체 건설을 통한 국토 균형 개발이라는 신공항 건설의 정신과 원칙이 무너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남권 5개 지자체 모두가 접근이 용이한 입지 선정 ▷항공 물류 수송이 가능한 규모라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 특히 "특정 지역에 치우친 입지선정은 수용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5개 지자체의 접근성과 관련, 대구경북, 부산, 울산, 경남 등 5개 시도에서 모두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부산시를 제외한 4개 지자체가 어느 정도 수용하고 있는 대목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도 이 부분에서는 적지 않은 지지표가 쏠리고 있어 대구시는 이 같은 입장에서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권 시장의 발언에는 예비타당성 조사에 포함될 평가 문구 등에 가덕도만 우세한 조항이 들어갈 경우 판을 엎겠다는 각오도 담겨 있다. 밀양과 가덕도는 내륙과 해양, 공사비용 등 현격한 차이가 발생한 지역이라서 어느 한 곳에 유리한 문항이 들어갈 경우 결과가 뒤집혀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경북도 대구시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김운호 경북도 세종사무소장은 "앞으로 신공항 문제에 대한 입장은 부산과 나머지 영남권 4개 시도와의 문제로 정리했다"며 "5개 시도가 수용하는 예타 과업지시서가 마련되야 한다. 대구시와 입장을 같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화없는 부산

부산시의 입장도 요지부동이다. 부산이 주장하는 핵심 두 가지 사안은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국제공항 ▷확장 용이성이다. 이 두 가지가 사전 예타 과업지시서에 어떤 식으로든 녹아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예타 조사 이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5개 시도 합의서에 대해서도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합의서에 동의할 수 없다"며 "합의와 가덕도 신공항은 별개"라는 입장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이 내건 '24시간 가동 문제'는 밀양을 견제하려는 속내가 담겨 있다. 가덕도는 인천공항과 같이 바다를 매립해 3면이 뚫려 있는 만큼 기상만 허락되면 24시간 가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밀양의 경우 내륙에 위치한 공군 작전 시간과 겹친다면 잠시라도 운항이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단 몇 분이라도 활주로 이착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에 페널티를 줘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확장 용이성과 관련해서도 가덕도는 바다를 매립해 건설하는 것이기에 무한대 확장 가능성에 가점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밀양의 경우 확장을 하려면 산을 더 깎아내야 하고 특히 군사시설과도 인접해 있어 확장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를 비롯한 영남권 4개 시도는 ▷밀양 등 가덕도를 제외한 다른 곳도 24시간 풀 가동이 가능한 곳이고 ▷설계 시 확장성을 충분히 검토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바다를 매립할 경우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건설 비용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속만 태우는 정부

정부로서는 5개 시도 합의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부산시에 이어 대구까지 입장 변화가 감지되는 분위기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하루빨리 사전 예타조사를 거쳐 기획재정부에 예타를 신청해야 신공항 건설이 속도를 낼 수 있는 마당에 불협화음이 늘어가는 것에 대해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는 올해 예산에 사전 예타조사 비용을 확보해 놓은 상태여서 5개 시도 합의가 연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관련 예산을 내년으로 이월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갈수록 늘고 있는 국제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공항 건설이 시급한 상황에서 신공항 건설 로드맵이 지연된다면 추후 불거질 항공 교통 대란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형국이다.

최정호 국토부 항공실장은 "5개 시도 합의가 이뤄져 하루속히 사전 예타조사를 마쳐야 한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며 "수요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나듯이 영남권 항공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는데, 새로운 대안(신공항)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또 신공항 건설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부상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담을 갖고 있다. 이 문제가 자칫 영남권 내 지역감정이나 정치권 세 대결 양상으로 확산될 경우 정부로서는 주도권을 잃어버린 채 여론의 향배만 주시하면서 뒷짐 지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