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전·배려 무시한 '깜깜이 운전'

24일 비내린 오후…대구 운전자 10명 중 1명만 전조등 'ON'

24일 오후 비가 오는 궂은 날씨임에도 대구 도심의 상당수 차량이 전조등을 켜지 않은 채 운행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24일 오후 비가 오는 궂은 날씨임에도 대구 도심의 상당수 차량이 전조등을 켜지 않은 채 운행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 운전자들의 빗길 안전운전 수준이 낙제점이다.

빗길 안전의 기본인 낮 시간 전조등 켜기를 지키는 운전자는 10명 중 1명뿐이었다. 비가 오면 시야가 흐려지고 도로가 미끄러워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아 전문가들은 낮에도 전조등을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다른 운전자를 배려하고 사고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수단인 전조등 사용에 무관심하다.

비가 내린 24일 오후 2시 30분 대구 동구 신암동 아양초등학교 앞 도로. 주행신호를 받은 시내버스와 승용차, 화물차 등이 속도를 높여 운행했다. 시야는 내리는 비 때문에 뿌옇고, 차들의 와이퍼는 창에 맺힌 빗물을 연방 닦아냈다. 도로 바닥은 차바퀴에 뒤채여 물보라가 튈 정도로 미끄러웠다.

본지 기자는 아양교에서 큰고개오거리 방향으로 이동하는 차들이 전조등을 켰는지 살폈다. 30분 동안 이륜차를 제외하고 모두 718대가 지나갔다. 이 가운데 전조등을 켠 차량은 13.1%에 불과한 94대. 차폭등과 안개등 등이라도 사용한 차량은 127대로 등을 밝힌 차는 30.8%인 221대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 497대는 비가 내려 시야가 흐렸지만 아무런 등도 켜지 않았다.

같은 날 빗방울이 약했던 낮 12시쯤 중구 동인동 동인초등학교 앞 도로에서도 30분 동안 전조등 사용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395대 중 전조등을 사용한 차량은 6.6%인 26대, 다른 등까지 포함해도 21%인 83대에 불과했다.

대구의 빗길 전조등 사용은 전국 평균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교통안전공단은 7월 23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전국 17개 지점에서 낮 동안(오전 8시~오후 4시) 1만7천549대에 대해 빗길 전조등 점등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전조등 사용비율은 29.3%로, 본지 기자가 24일 조사한 대구의 사용비율보다 2~4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현재 도로교통법에는 비가 올 때에 도로에서 차를 운행하면 전조등과 차폭등 등을 밝히도록 명시했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실상 운전자 자율에 맡긴 상태이다.

이에 정부는 올 6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 내년 7월부터 자동차 생산 때 주간주행등 설치를 의무화했다. 주간주행등은 자동차 앞에 켜지는 등으로 시동과 동시에 자동으로 점등된다. 유럽연합은 2011년부터 생산되는 자동차에 주간주행등 장착을 의무화한 바 있다.

장경욱 교통안전공단 안전연구처 선임연구원은 "비가 많이 내릴 때는 어두컴컴한 밤과 같아 전조등을 켜지 않으면 눈을 감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며 "빗길 안전운전 대책 중에서도 전조등 점등은 조작이 쉽고 사고 사고예방 효과가 뚜렷하다. 주간주행등이 장착되지 않은 차들은 전조등 켜기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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