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국립자연휴양림 관리소장은 여행전문가 출신이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생태와 관광을 배우고 이를 현실에서 실천적으로 접목해 온 생태관광 전문가다. 이 때문에 서 소장과 자연휴양림과의 만남은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었다. 민간 책임경영자를 모집, 경영개선을 꾀하기 위해 2010년 1월 산림청이 소장을 공모하면서 국립자연휴양림 관리소장으로서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서 소장의 임기는 3개월여 남았다. 당초 2년 임기의 민간경영인이 최장 근무할 수 있는 5년이 올 연말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 소장에게 남은 3개월은 아쉬움과 뿌듯함, 그리고 정리해야 할 일들로 더욱 바쁜 일상이 될 듯하다. 취임 이후 전국에 흩어진 휴양림을 쉼 없이 찾아다니고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갖춘 휴양림으로 탈바꿈시킨 서경덕 소장을 만나 보았다.
◆직원과 소통'근무여건 개선'안전사고 방지에 노력
서 소장은 괸리소장으로 취임하면서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가 가진 3가지 애로점을 해결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근무여건 개선, 안전사고 발생 제로화였다.
"한 조직의 기관장으로서 큰 조직을 잘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과 함께 합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원들의 고민을 공유하고 해결하기 위해 허물없는 대화의 시간을 많이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때로는 큰 형의 역할을 하려고 했고 아버지 역할도 하려고 했는데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하."
서 소장은 휴양림 업무 특성상 직원들의 열악한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산림청과 협의해 직원 채용을 늘리는 등 직원들이 가려워하는 것을 긁어주려 애썼다. "휴양림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숲 속에 위치하는 다중시설입니다. 다중이 이용하는 곳에 산사태나 수해 그리고 각종 범죄 등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항상 직원들에게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시하고 위험요인이 발견되면 즉시 제거해 안전한 휴양림을 만드는 데도 노력했습니다."
◆국립자연휴양림은 힐링'웰빙 공간
서 소장에게 제일 먼저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물어보았다. "자연휴양림은 산림자원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도모하면서 숙박시설, 편의시설 등 기본적인 휴양시설을 설치해 국민의 보건휴양, 정서함양, 산림교육 등을 위해 조성한 산림입니다. 우리나라 국토면적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산림은 과거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으로 인해 극도로 황폐됐으나 1970년부터 시작된 치산녹화정책과 국민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지금의 울창한 숲으로 변모, 숲의 혜택을 온 국민이 누릴 수 있게 됐습니다."
서 소장은 이 같은 산림이 차지하는 규모와 기능의 변화, 특히 산림에 대한 휴양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1988년 유명산과 대관령자연휴양림을 시작으로 자연휴양림, 산림욕장, 숲 속 수련장 등 휴양시설을 조성해 국민이 숲의 혜택을 누리도록 한 것이 국립자연휴양림의 시작이라 했다.
1990년 산림법, 2005년에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전담운영기관인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를 신설하면서 공'사유림의 모범적 운영모델로 성장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급속한 경제 성장에 따른 무한 경쟁사회는 국민이 숲을 목재생산과 공기정화의 공간이라는 인식을 힐링과 웰빙의 공간으로 폭넓게 활용해 삶의 여유를 찾고 다양한 문화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산림, 바라보는 대상에서 휴양 공간으로
이 같은 직원들의 노력과 함께 휴양림이 도입되면서 산림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변화됐다. "과거 산림은 이용이 아닌 보호의 대상이었습니다. 그저 바라보는 대상일 뿐이었던 거지요. 하지만 이제 국민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산림청에서 휴양림을 조성하기 시작하면서 휴양림을 통해 산림 내에서 산책, 등산, 야영, 문화체험 등 산림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휴양활동이 가능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산림에 대한 친밀도가 높아졌고, 이로 인해 과거 산림보호를 위해 단속, 규제의 이미지가 강했던 산림청 이미지가 국민에게 다양한 산림휴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지금의 휴양림 시스템을 완성하기까지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서 소장은 "국립자연휴양림의 대부분은 국내 100대 명산 내 또는 잘 가꿔진 국유림 내에 위치하고 기존 마을을 통하지 않으면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지역 주민과 기존 상인들과의 마찰이 불가피했어요. 하지만 휴양림과 경쟁이 아닌 상생관계라는 인식으로 변화시키는 등 소통으로 갈등을 없앴어요.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이제는 휴양림이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최고의 휴양지로 성장했다고 봅니다."
◆여가'교육'체험 등 다양한 기능으로 특화된 휴양림
서 소장은 휴양림을 다양한 기능으로 특화시켜내고 있다. 최근 힐링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오랫동안 휴양림에 머무르기를 원하는 고객들을 위한 '체류기간 다변화 숲 속의 집'을 7곳 운영하고 있다. 휴양림을 신청, 심사 후 대상자로 선발되면 4주에서 최대 8주까지 장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스마트 기기보다 책을 가까이하고 휴양림에서 TV만 보다가 돌아가는 이용 형태에 변화를 주기 위해 TV를 없애고 숲 속 도서관을 만들어 책을 읽으면서 힐링할 수 있는 'TV 없는 휴양림'을 삼봉, 검마산휴양림에서 운영하고 있다.
서 소장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휴양림을 이용하는 여가문화 확산을 위해 코레일과 업무 협약을 맺고 '숲으로 떠나는 힐링열차', 대한항공 항공마일리지를 이용해 휴양림을 이용하는 '항공마일리지 휴양림 투어상품' 등 다양한 투어상품도 출시했다"며 "교육부, 코레일과 산림청이 함께하는 위기청소년 숲 치유 프로그램인 '숲으로 가는 행복열차'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별한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청태산자연휴양림의 1박 2일 가족캠프, 용화산자연휴양림의 에코힐링캠핑 등은 가족과 청소년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밖에 대관령자연휴양림의 전통숯가마체험, 웰빙체험으로는 미천골자연휴양림의 신비의 불바라기 약수체험, 삼봉자연휴양림의 삼봉약수체험이 있습니다."
◆휴양림, 심신 치유와 배움의 공간으로 자리매김
서 소장은 휴양림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노하우도 소개했다. "휴양림에서 단지 먹고 놀면서 보내지 말고, 가족과 함께 숲 속에서 숲 해설가 선생님이 들려주는 재미있는 숲 이야기를 듣고, 목공예품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울러 가로등이 꺼지면 휴양림 밤하늘을 밝혀줄 수많은 별을 보면서 서로 못했던 얘기를 하는 멋진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서 소장은 앞으로 휴양림이 나아가야 할 길을 이렇게 제시했다. "과거에는 휴양림이 단순숙박시설로 인식되어 숲에서 고기를 구워먹고, 하루 잘 쉬었다가 돌아가는 곳으로 이용됐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의식수준 향상과 함께 숲이 심신을 치유하는 공간으로, 배움의 공간으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휴양림이 산림문화 창출, 청소년 교육의 장 등의 공간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서 소장은 마지막으로 국민의 관심을 당부했다. "주변에 많은 자연휴양림이 있습니다. 국립자연휴양림이 국민에게 행복을 드릴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친환경 캠핑, 건전한 산림휴양문화 확산 등 각종 캠페인도 전개할 예정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서 소장은 자신이 갖고 있는 최대한의 장점을 쏟아부어 휴양림의 시스템을 탈바꿈시켰다. 다시 대구로 돌아오게 될 서 소장은 이제 명실상부한 산림 휴양 전문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
안동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