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코이노니아 이사장 이관홍 신부

"다문화 가정에 필요한 것 도움보다 이해가 우선"

이관홍 신부와 코이노니아(포항다문화가정가톨릭지원센터) 가족들. 이 신부는
이관홍 신부와 코이노니아(포항다문화가정가톨릭지원센터) 가족들. 이 신부는 "시끌벅적한 대가족이지만 이보다 행복한 만남이 또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코이노니아 제공

"당신은 얼마나 다문화되어 있습니까?"

가족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낯선 땅, 낯선 곳에서의 만남은 이들을 더욱 끈끈한 사랑으로 뭉치게 했다. 한국 땅에서 이들은 서로에게 부모이자 형제이며, 이웃의 보물들이다. 포항 북구 죽도동 '코이노니아'(포항다문화가정가톨릭지원센터) 70여 명 식구들의 이야기다.

'코이노니아'(Koinonia)란 협동 또는 친교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2009년 포항과 경주, 영덕 등의 다문화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처음 문을 열었다. 지원단체라고는 하지만, 코이노니아는 참 '얻을 것 없는' 곳이다. 그 흔한 정부 지원도, 기업체 후원도 없다. 센터 내의 음식과 음료수들도 모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직접 가져다 놓은 것들뿐이다. 대신 다른 단체에서 주기 힘든 딱 두 가지만을 제공한다. 바로 먼 타향살이에서 마음껏 기댈 수 있는 '이웃'과 '가족'이다.

"다문화가정은 못사니까, 불쌍하니까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겁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도움이 아니라 이해이니까요."

코이노니아 이사장인 이관홍(35) 신부는 비수도권에서 유일한 다문화 관련 정책 자문위원이다. 2003년 신학대학 재학 중 봉사활동을 통해 외국인 이주자에게 관심을 갖게 된 이 신부는 2008~2011년 필리핀에서 선교활동을 펼쳤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그의 다문화에 대한 신념은 '이해'란 단어 하나로 함축된다.

"이미 고향을 떠나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한국인이 될 각오를 마친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그들을 맞이하는 우리는 과연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을까요? 그런 건 진정한 다문화가 아니라 단지 한국문화를 강요하는 문화폭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코이노니아에는 별다른 등록 절차가 없다. 한 달에 두 번(매월 첫째'넷째 일요일) 모이는 정기모임 때도 참가자 숫자가 들쑥날쑥이다. 정기모임이라고 해도 각 나라 음식을 양껏 해먹고, 춤추고 놀며,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는 우리네 반상회 모임이랑 똑같다.

코이노니아 결혼이주여성모임의 회장인 황릴리뱃(45'필리핀 출신) 씨는 코이노니아의 어머니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2000년 삼성전자에 취업해 한국땅을 찾은 황 씨는 지인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포항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이 신부와 황 씨는 코이노니아 가족들이 아프면 병원에 데려다 주거나 기쁜 일이 생기면 함께 축하해 주며 부모, 형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법적 구제가 필요한 일이라면 서류대행도 해주고 있다. 다만 피해를 받은 일이 있다면 모두가 나서 적극 변호하지만, 이주민 자신의 잘못이라면 오히려 꾸짖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센터를 찾는 외국인들이 직접 만든 전통이다.

황 씨는 "사실 국적 취득만을 위해 결혼하고 일부러 폭력을 유도하는 등 한국인을 속이는 이주민들도 있다. 그들이 외국인 사회를 부끄럽게 하지 않도록 꾸짖는 일도 우리의 역할"이라면서 "다문화란 무엇을 버려야 되고, 무엇을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생활방식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 행복해지기 위해 서로 이해하고 어울려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