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건립 논란 등으로 지역 문화계가 시끄럽다. 그동안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거나 예술단체장을 선임할 때마다 지역 문화계는 크고 작은 내홍에 시달렸다. 한마디로 바람 잘 날 없는 집안 같다. "누가, 무슨 일을 해도 말이 나오게 되어 있다"는 냉소적인 지적은 이런 지역 문화계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역 문화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되는 것은 바로 폐쇄성이다. 혈연과 지연을 중시하는 지역 문화계에서 외부 인사들은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를 입증하듯 지역 문화계를 거쳐 간 많은 외부 인사 가운데 상당수는 내쫓기듯 자리를 내놓았다.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건립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연고성이다. 일각에서는 이 화백이 대구와 관련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 미술관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방화 시대, 연고성을 반대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예술단체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지역 문화계의 폐쇄성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물난을 겪고 있지만 인재풀을 외부로 확대할 엄두는 쉽게 내지 못하고 있다. 지역 문화계의 폐쇄적 분위기 때문이다. 말이 나오는 것이 싫어 지역에서 인물을 찾다 보니 인물난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우리 식구와 남의 식구를 구분하고 선을 긋는 폐쇄성은 지역 문화계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대구의 지역성을 논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보수다. 문제는 열린 보수가 아니라 닫힌 보수라는 데 있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끊임없이 폐쇄적인 분위기를 타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점은 없어 보인다. 이쯤 되면 고질적인 병폐라 해도 무방하다.
대구시는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외자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지역 분위기는 이와 다른 방향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겉으로는 개방을 외치고 있지만 속으로는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형국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표리부동(表裏不同)으로는 대구가 열린 도시로 나갈 수 없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파도에 맞서기보다 파도를 타야 한다. 파도를 타고 열린 세상으로 나가는 것을 방해하는 적은 바로 폐쇄성이다. 시대의 조류에 맞서는 동안 대구의 위상은 하루가 다르게 추락했다. 과거 부산도 따라잡아 대한민국 제2의 도시를 이루겠다는 꿈마저 꾸던 대구는 이제 인천에도 자리를 내주었다. 닫힌 의식을 깨지 않으면 대구의 미래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비판적 합리주의 철학자 칼 포퍼는 자신의 대표작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열린 사회(민주주의) 대신 닫힌 사회(전체주의)를 옹호하는 철학자들을 열린 사회의 적들로 규정했다. 칼 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우리가 인간으로 남고자 한다면 오직 하나의 길, 열린 사회로의 길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작금의 대구 상황에 비추어 보면 "대구가 발전하기를 원한다면 오직 하나의 길, 열린 도시로의 길이 있을 뿐"이라고 고쳐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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