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김무성 대표, 개헌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널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올해 정기국회가 끝나면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며 "봇물이 터지면 막을 길이 없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개헌 논의가 이제 불가피하게 됐다는 것이다. 아마 그 근거는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에 여야 의원 154명이 참여하고 있는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정치권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고 해서 개헌이 필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개헌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데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이 개헌에 공감하는지부터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개헌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김 대표의 발언은 국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개헌 논의를 불가피한 것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물론 민주화 요구에 밀려 1987년 만들어진 현행 헌법은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어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일정 부분 타당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꼬꾸라지기 직전의 위기 상황에 있는 지금이 과연 개헌 논의가 적절한가 하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우려를 들지 않더라도 개헌 논의는 국가 운영과 관련된 여러 중대사안을 관심의 초점에서 멀어지게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권이 제 할 일부터 먼저 하는 일이다. 지금 국회에는 처리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 세월호 특별법만 해도 그렇다. 기본적인 입법 방향은 합의됐지만 세부 사항에 들어가면 넘어야 할 문턱이 한둘이 아니다. '부패공화국'이란 오명을 씻을 '김영란법'도 묶여 있다. 국민 대다수가 법안을 지지하고 있음에도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국회 통과를 외면하고 있다. 북한 인권법도 10년째 공전하고 있다. 불체포 특권 포기 등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도 더디기만 하다.

이렇게 마땅히 해야 할 일도 안 하면서 개헌을 운위하는 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지 김 대표와 정치권은 깊이 자문해봐야 한다. 서민이 살기 어렵고 우리 사회 특히 공공 부문의 도덕적 해이와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있는 것은 헌법 때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김 대표의 개헌 논의 불가피론은 시점을 잘못 짚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헌이란 '큰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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