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부터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큰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휴대전화 단말기를 살 때 누구는 이리저리 혜택을 받아 보조금을 챙기고 누구는 제값 모조리 주고 구입하는 불평등을 없애자는 취지로 시행됐지만 그 혜택을 보는 이가 없다. 시행한 지 보름 남짓 지났지만 소비자는 보조금이 줄었다고, 제조사와 유통점은 사가는 사람이 없다고 난리다. 이동통신사를 빼고는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법이 됐다. '단지 이동통신사의 배만 불리는 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시간이 지나면 단통법 효과 나올까
14일 국회 방송통신위 국정감사장에서다. 단통법을 발의한 새누리당 조해진 국회의원은 "법의 효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시행 초기부터 제도 실패 등을 운운하는 것은 제도정착의 장애요인이 된다"며 "제도의 주체인 기업, 소비자, 유통망 종사자, 정부 등이 법 정착을 위해 순기능적으로 적응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며 (정착하기까지) 두세 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 역시 "제도가 안착이 돼 원래 원했던 효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제도를 지켜보면서 응급처방으로 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은 보완해 나가겠다"면서 "기본 틀은 가지고 갔으면 하는 것이 방통위의 기본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감장은 단통법 성토장
단통법과 관련이 있는 국정감사는 모조리 단통법 성토장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홍문종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은 13일 국감을 시작하기 전 "서초 국제전자센터에서 휴대전화 상인들이 '단통법이 시장에서 자리 잡기도 전에 전국 2만5천여 개 점포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전해 달라고 했다. 상인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했다.
권은희 새누리당 국회의원(대구 북갑)은 가계통신비 부담이 오히려 증가했다고 비판하면서 "단통법 시행 전후 보조금을 비교해 봤더니 삼성 갤럭시S5의 경우 57.2% 낮아지는 등 대부분 전보다 보조금이 줄었다. 반면에 소비자의 체감 통신비가 전체적으로 4.3%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의락 국회의원(대구 북을 지역위원장)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도입해서 이통사는 이통사끼리, 제조사는 제조사끼리 경쟁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벌써 법 개정과 법 폐지 움직임까지
여야 없이 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새정치연합 최민희 국회의원은 분리공시제도를 적용한 개정안을 내놨다. 분리공시가 없으면 휴대폰 유통구조를 투명화해 통신요금 인하나 단말기 출고가 인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취지다. 분리공시 제도는 이동통신사의 마케팅 재원 가운데 가입자 확보 비용과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을 소비자가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적용되면, 예를 들어 갤럭시S5 구매자에게 4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됐을 때 '제조사 20만원, 통신사 20만원'이라는 내역을 알 수 있다. 보조금 지급 내역이 공개되는 만큼 보조금 지급 규모가 늘어나 단말기 가격의 거품이 꺼질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일각에선 단통법 부작용을 성토하며 법 폐지를 주장한다. 단통법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법 폐지를 주장하는 이상한 모양새다. 통신요금인가제 때문에 이동통신사들이 서로 요금 경쟁을 못하도록 해놓고는 보조금 경쟁까지 막는 것은 반시장적이라는 논리다. 해외 어디에도 휴대전화 가격에 규제를 두는 곳이 없다는 논리도 덧붙인다. 시장에 맡겨두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개선에 나서지만 국회는 제 얼굴에 침 뱉은 격
단통법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가 17일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를 모두 불러 긴급 회동을 했다. 벌써 법 폐지 주장이 나오는 등 여론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법 시행 이전보다 전체적으로 단말기 보조금이 줄어 단말기 가격이 오히려 비싸졌다는 비판 여론을 전달하고 보조금 증액을 요청했다. 또 이통 3사에는 통신요금 추가 인하를, 제조사에는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각각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국회가 면밀한 검토 없이 이런 법을 무리하게 처리했다는 비판여론은 좀처럼 숙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는 국회가 치고 수습은 정부가 하는 모양새다.
서상현 기자 subo801@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