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찬송가 주의 받고 또…시립합창단에 노한 佛心

공식행사 '편향 선곡' 잇따라

특정 종교에 편향된 합창곡을 선곡했다는 이유로 불교계로부터 지속적으로 항의를 받아온 대구시립합창단 이기선 상임지휘자가 17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달 7일부터 11일까지 대구시민회관 그랜드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1회 대구합창대제전에서 또다시 대구시립합창단이 찬송가를 부르자 주최 측 초청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던 동화사 스님 2명이 이에 불만을 표시하며 퇴장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불교계에서는 벌써 4차례나 같은 사례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 안국중 문화체육국장은 17일 "이기선 지휘자도 더 이상 직위를 유지하기 힘들겠다는 판단에 사표를 제출했고, 대구시도 이를 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태옥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17일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덕문 스님을 예방해 시립합창단의 찬송가 공연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동화사 주지 덕문 스님은 대구시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조계종 교구 본사 주지협의회에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또 20일 오전 9시 30분, 동화사 문화국장 연암 스님을 비롯한 10여 명의 대구 불교계 인사가 권영진 대구시장을 항의 방문했다.

불교계는 올 초부터 대구시립합창단의 공연 레퍼토리가 너무 특정 종교에 편향돼 있다며 문제를 제기해 왔었다. 이 문제로 지난 4월에는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불교계에 재발방지와 함께 시립예술단 공연과 관련해 종교 편향 기준을 마련하기로 하는 조치를 취하고 이 지휘자와 단무장에 대해서는 '경고'와 '주의' 등 징계처분을 의결한 바 있다.

하지만 불교계는 최근 열린 제1회 대구합창대제전에서 이 상임지휘자가 다시 특정종교 편향 행위를 계속하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안국중 국장은 "서양 음악의 기원을 따져봤을 때 종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립예술단의 공식 행사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것은 특정 종교에 편향된 행위로 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 지휘자 역시 사직 의사를 밝혀와 해촉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윤조 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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