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청도에 정착한 50대 후반 A씨는 고위직을 지낸 자신을 마을 주민들이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 실망했다. "내가 누군데… " 라는 자존심 때문에 주민과 불편한 관계를 쌓았던 그는 결국 시골생활을 청산하고 대구로 떠났다.
최근 도시민들의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사전 준비 없는 시골생활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집을 짓고 정착하기 전에 적어도 1~3년 정도 놀며 배우는 단계를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한다.
청도 풍각면 성수월마을 '청도 두꺼비학교'는 이런 희망자를 대상으로 현장에서 답을 찾고, 실생활 속의 생생한 경험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사회적기업육성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두꺼비학교는 청도형 귀농'귀촌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재능기부형 농촌 모델 제시
귀농'귀촌을 고려하는 도시민은"농촌이 반겨 주겠지"하는 '환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오는 귀농'귀촌은 '환장'하고 떠나는 사례가 될 뿐이다.
청도 두꺼비학교의 조사에 따르면 시골에 대한 이해 없이 먼저 터를 잡아 사는 경우는 3~5년 이내 고비를 맞고, 10년 후에는 떠나게 되는 사례가 많다. 쑥쑥 자라는 잡초가 감당하기 어렵고, 이웃이 없는 외로움, 생활근거가 도시였던 점 등이 농촌 정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두꺼비학교는 이런 점을 고려해 부동산 매입부터 현장 밀착형 컨설팅과 함께 농촌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귀촌인의 집 또는 체류형 주말농장을 이용해 놀며 배우고, 잘 먹으며 즐기는 단계를 거치라는 것이다. 각종 동호회에 가입하고, 친환경 농산물 등 안전한 먹거리를 체험하고 또한 재능을 기부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두꺼비학교 관계자는 "귀농'귀촌을 준비하며 진짜 시골 체질이 될 수 있는지, 주민이나 귀촌인과 소통이 되는지 체험하는 중간단계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을 받고 커뮤니티가 형성된다면 그다음은 정착하는 단계다. 이때 두꺼비학교는 농지 매매가를 보장하고, 변호사, 건축사, 풍수지리가 등 조합원들의 도움을 받아 종합컨설팅을 하는 한편, 수익사업 운영을 가르친다.
두꺼비학교는 캠핑카 사업, 발효기술 등 원천기술 전수, 레저시설 운영 등 수익사업으로 최소한의 자립기반을 갖추는 새로운 공동체 형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귀촌인과 마을주민 상생 중요
수도권에서 사업을 하다 청도로 귀촌한 50대 후반 B씨는 주민과 소통하며 시골생활을 즐기고 있다. 마을에서 비교적 젊은 편인 그는 이장직을 맡아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해 주고 있다. 귀촌을 희망하는 60대 C씨는 "너무 놀아도 허전하다. 한나절은 어디 매였다가 나머지 시간은 내 맘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8월 청도 두꺼비학교는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과 이미 귀촌한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팜파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마을에서 생산되는 제철 재료로 20여 종의 푸드마일리지 제로 먹거리를 제공했고, 민들레 오카리나 팀의 재능기부 연주, 영화 상영 등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전원생활의 어려움과 자립기반의 길라잡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두꺼비학교는 개인의 사전준비와 함께 농촌주민과 소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소통의 중심은 여성에게 달려 있다고 진단한다.
이에 따라 ▷'암탉이 우는 마을'로 표방되는 여성중심 생활공동체 ▷발효기술 등 최소한의 경제적 자립 ▷각종 동호회 등 문화공동체를 운영한다는 목표다. 단전호흡이나 색소폰 등 특기가 있는 사람은 강의를 하고, 마을 농산물을 판매해주는 등의 상생모델이다. 두꺼비학교가 이런 귀촌인과 주민 간의 완충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박성기(52) 성수월마을 운영위원장은 "마을주민만 있어선 답이 없다. 도자기, 목공예, 커피전문점 등 조그마한 규모의 가게가 모여 사람을 불러모으고, 귀촌인과 주민이 모두 즐거운 공동체가 형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도 두꺼비학교는 이달 25일, 다음 달 1일 청도 풍각면 그린투어센터에서 귀농'귀촌 생활형 프로그램과 로컬푸드, 경제적 자립기반을 소개하는 행사를 갖는다. 문의: 사회적기업지원센터 053)850-4735, http://cafe.daum.net/tukkubi
청도 노진규 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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