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터키 이스탄불의 밤하늘에 신라의 밝고 아름다운 달이 떴다. 이스탄불에서 열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행사는 한류의 여파와 함께 현지인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이스탄불 시내 한복판에 세워진 한국문화관에 모여든 현지인들이 전시물 앞에서 다투어 사진 찍는 모습이 하도 즐겁고 다정해서 멀리 외국에 왔다는 생소함이 없었다.
올해는 다시 한국 경주의 드높고 맑은 가을 하늘 아래 터키의 반짝이는 별들이 떴다. 실크로드의 시작점과 종착점이 교차되는 가운데 오고 갔던 문화와 사람의 발길은 오늘날에도 다시 살아나 긴 여운과 미래를 향한 영감을 주고 있다. 양국은 찬란한 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문화적 동지이고, 6'25전쟁 때 많은 병력을 파병한 형제국이다. 이스탄불과 경주의 교류를 통해 문화융성시대 경주의 찬란한 문화가 이스탄불에서, 또 터키의 문화가 경주에서 다시 꽃피어 나면서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오래된 미래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고품격 한국전통문화의 진수를 세계에 알리고 따뜻한 온류를 흐르게 한 경상북도의 선견지명과 미래지향적인 혜안에 박수를 보낸다.
터키는 연간 1천100만 명의 외국인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우수한 문화콘텐츠를 보유한 문화강국이다. 경주 역시 신라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역사문화지역이고, 세계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이번 축제를 통해 양국의 풍성한 문화가 만나 더 큰 시너지를 이뤄냈다.
특히 지난해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은 형제를 넘어 양국이 '컬처메이트'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행사였다. 그간 쌓아온 양국의 신뢰를 바탕으로 치러진 글로벌 문화축제로, 양국은 서로 우수한 문화를 마음껏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쳤다. 올해 '이스탄불 in 경주' 행사를 위해 터키는 약 350여 명의 문화예술인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했다. 양국이 진정한 컬처메이트가 아니었다면 성사되기 쉽지 않은 매우 뜻 깊은 축제다.
문화융성은 현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의 핵심 키워드이다. 이는 그만큼 문화의 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문화는 국가 간 교류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 1위의 조선국가, 스마트폰, IT, BT 등의 경제 강국과 한류로 대변되는 문화 강국, 또한 교육열이 높은 교육 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전통시대부터 우리 조상의 높은 교육열과 창의성, 시대에 대한 책임과 열정이 밑바탕이 된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일원으로서 국제사회를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시대적 요구가 있다. 동시에 개발도상국은 물론 다른 선진국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모범국가가 되어야 하는 새로운 사명도 지니고 있다. 최빈국에서 선진국이 됐다는 발전 경험은 수많은 개발도상국에 희망과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근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문화에 매료된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풍이 불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세계적 요청 앞에 우리나라가 한 단계 도약하여 이제는 문화융성을 통해 세계문화리더국가로 부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산업화와 민주화의 두 바퀴가 현대 한국을 이끌고 왔지만, 이제 두 축의 장점을 녹여서 세계문화리더국가로 승화시켜야 할 때가 되었다. 궁극적으로 인류 평화를 위해 물리적으로 힘이 있는 나라나 힘이 없는 나라도 문화로 희망을 열고 함께 손잡고 가는 따뜻한 동행의 길을 진정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길이고, 릴레이이고, 동행이다. 역사의 아름다운 길 위에 경상북도가 앞장서 펼쳐가는 세계를 향한 상호존중과 이해, 소통과 화합, 평화의 정신을 더 많은 인류와 함께 열정을 다해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배용/한국학중앙연구원장·전 이화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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