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반기문 대망론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국민 10명 중 9명이 국회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새누리당이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를 묻는 말에 응답자의 61%는 '잘못하고 있다'고 답변하였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야당으로서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80%로 조사되었다. 이런 조사결과를 보면 법적 장치만 갖춰져 있다면 국회를 해산하라는 여론이 들끓을 것 같다.

이런 정치불신 상태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압도적인 1위는 당연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정치적 때가 묻지 않은 새 인물이면서 인지율 100%에 외진 시골 출신이 유엔 사무총장에 오른 그의 인생 스토리는 대중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춘 스타 정치인으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선국면 때마다 나타났던 대중들의 새 인물에 대한 욕구의 연장 선상 중 한 명 정도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반 총장은 마케팅 측면에서 본다면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감정이입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후보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그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깜짝 카드인 제3의 인물들 즉 고건, 정몽준, 안철수 등과는 다른 메가톤급 파괴력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정치 불신에 따른 반사이익이라고 할지라도 반 총장이 미국에 거주하는 동안은 반기문=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압도적인 1위라는 등식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기문 대망론'이 과연 현실 정치로 이어질지는 아직까지는 미지수이다. 정치권의 반응을 보면 반기문 대망론은 공론화 될 여지가 많아 보인다. 여야가 경쟁하듯 반 총장 영입을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킹메이커를 자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여당 반(半), 야당 반'이란 의미의 '반반 총장'이다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반기문=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압도적인 1위라는 관계를 국민들이 정치권에 보내는 경고와 실망 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앞장서서 본인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반기문 대망론을 이용하고 증폭시키고 있다.

가장 먼저 군불을 지핀 쪽은 아이러니하게 김무성 대표를 견제할 카드가 필요했던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親朴)이다.

현재 대권가도에서 10%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서 부동의 2위를 달리고 있는 김 대표의 지지율은 반 총장이 39.7% 얻은 한길리서치조사에서 불과 4.9%라는 초라한 지지율로 4위를 기록하며 경쟁후보인 박원순(13.5%), 문재인(9.3%)보다 지지기반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반기문 대망론에 가장 피해를 입은 정치인은 김 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야권에서는 친노(親盧) 견제용 카드로 권노갑 고문이 불을 붙였다. 친박(親朴)과 비노의 공통된 목적은 반기문 이름 석 자를 이용하여 현재 고착화된 대권구도를 깨는 것이었던 것 같다. 이들의 1차 목적은 일단은 성공한 것 같다.

여야 일부 정파의 정략적 필요에 의해 반 총장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차기대선의 변수(變數)가 아니라 상수(常數)가 된 것 같다. 반 총장은 정치할 의사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정말로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면 원론적인 입장 대신 2017년 대선에는 절대 출마하지 않겠다는 그런 분명한 언급을 왜 하지 않는가.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 61.4%는 반 총장이 차기 대선에 불출마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그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면서 한편으로는 그가 불출마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반 총장이 혼탁한 정치판에 들어와 오히려 상처받을까 염려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아닐까 싶다.

그리고 시기적으로 보더라도 지금 이 시점에서 정치권에 확산되고 있는 반기문 대망론은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 다음 대선까지는 3년 이상의 긴 시간이 남아있고 반 총장의 임기도 아직 2년이나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기문 발 대선전 조기 점화는, 박 대통령 입장에서도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질 수 있고, 반 총장 입장에서도 직무 수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정치권이 지금 이 시점에서 공(功)을 드려야 하는 것은 반기문 대망론이 아니라 민생경제 활성화 및 정치 혁신을 통한 국민들로부터 신뢰회복이 아닐까.

김미현/알앤서치 소장·동서리서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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