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모(61) 대구백화점 회장은 독실한 크리스천(수산교회 장로)답게 솔직하고 담백한 언변을 구사했다. 대구백화점은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 본사를 둔 백화점으로서는 최초다. 뿐만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지방 백화점이다. 대구백화점과 자웅을 겨루던 동아백화점이 이랜드그룹에 인수되면서 대구에서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구 회장은 "부담이 적지 않다"고 했다.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이 대구에 진출했고, 2016년이면 신세계백화점도 문을 연다. 대구는 그야말로 거대 백화점의 전쟁터가 된다. 대구백화점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구 회장은 부담을 시인하면서도 담담했다. 그는 "서울의 3대 재벌 백화점이 각 지역에 진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은 애향심만 기대기가 어렵다.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큰 백화점들에 좋은 브랜드가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어려워지는 것은 맞지만 대구백화점을 잊지 않는 고객들도 있을 것이다. 모두 '루이뷔통'만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시장이 어렵지만 없어지지 않는 것과 같다"고 했다.
70주년을 맞았지만 100주년을 준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구 회장은 "70주년이지만 큰 행사는 가능한 지양한다. 70주년이라고 붕 떠서는 안 된다. 다만 예년 수준의 봉사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80주년, 90주년은 큰 의미 없다. 100주년을 바라보고 경영을 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백화점은 올해 20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4차례에 걸쳐 일본 여행(3박4일 후쿠오카)을 보냈다. 연말엔 직원 500여명에게 뮤지컬을 관람시킬 예정이다. 구 회장은 "여행을 다녀온 직원들의 얼굴이 모두 환하더라. 다녀온 한 직원 부인이'맞벌이를 하는데 지금까지 외국에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이번에 다녀와서 너무 고맙다'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라. 직원도, 부인에게도 참 고마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주주인 CNH가 공세적으로 나오지 않을 때는 부담이 없었는데, 요즘은 직원들에게 뭘 해주려고 해도 눈치가 보인다"고 덧붙였다.
구 회장은 사업다각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신중함을 놓지 않았다. 옛 귀빈예식장 부지에 아울렛 매장 진출설에 대해 그는 "해당 부지를 경매 받은 회사가 대구백화점 용역 회사로 출발했다. 현재 대구백화점,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에 청소와 주차 용역을 맡고 있다. 이런 인연으로 우리와 연결이 돼 있다. 현재는 자기들이 경영을 준비한다고 했다. 준비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우리와 인연이 될 수도 있다. 제의가 들어오면 검토할 수 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좀 그렇다"고 했다.
향후 전략도 밝혔다. 그는 "기존 백화점 점포 2곳은 점포별 컨셉을 명확히 하고 필요한 시설투자와 함께 차별적 지위확보에 주력할 것이다. 또 내년 역세권에 포함되는 프라자점 주변 개발 및 엔터테인먼트 시설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 온라인 쇼핑몰 확대(제휴몰, 물류 시설 확충), 가맹점 사업 부문은 현재 109곳인 가맹점을 2015년 150호점을 목표로 확대하고, 직수입 브랜드 유치를 통한 차별화로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구 회장은 지역의 대표 CEO임에도 언론 노출을 꺼린다. 그는 "실제 언론에 나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외 활동을 크게 거절한 적도 없다. 다면 무리하게 기관장을 만나고 수시로 사람들을 만나서 식사하는 행동은 부자연스럽다"고 했다.
구 회장은 지역 사회봉사에 적극적이다. 1991년 전 직원을 회원으로 하는 '한마음봉사단'을 창단했고, 본점에는 '초아봉사회', 프라자점에는 '사랑나눔 봉사회', 지원부서에는 '다사랑 봉사회' 등도 구성돼 있다. 2005년부터 월드비전과 함께 아프리카 봉사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다.
구 회장은 "창업 70주년은 국내 백화점 중에서도 가장 전통 있는 백화점이다. 우수한 유통기업들이 있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다져온 저력으로 대구백화점만의 독자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겠다. 100년 대백의 발걸음이 헛되지 않도록 시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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