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기술금융 활성화, 먼저 기반 구축부터 서두르길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17일 대구를 방문해 "내년부터 기술금융을 잘 해나가는 은행에 대해 적극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술금융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음에도 국내 금융기관들이 기술신용평가의 전문성 부족이나 자본 건전성 등을 이유로 중소기업 대출에 소극적인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발언이다.

기술금융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자금 부족으로 사업화 등에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에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금융지원을 뜻한다. 은행 본연의 업무이자 주요 사업영역이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그동안 자체 기술평가 역량 부족과 적정 자본 유지에 대한 부담 등을 이유로 기술금융을 꺼려왔다. 이로 인해 기업대출의 대부분이 보증서 담보대출을 전제하거나 아니면 주택담보대출 등 손쉬운 소비금융에 쏠려온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 기술금융을 주요 정책 과제로 삼고 금융권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은 더 이상 기술금융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금융을 활성화하려면 자체 평가시스템 구축 등 기술평가의 전문성 확보가 관건이다. 아무리 정부가 다그친다 해도 부실대출을 꺼리는 은행 속성상 기술 투자는 물론 융자도 쉽지 않다.

이런 한계에도 기술금융 규모가 올 들어 조금씩 확대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11월 말 기준 기술신용평가를 통한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9천921건, 5조 9천억 원 규모로 크게 늘었다. 엊그제 금융위원장이 직접 찾아 직원들을 격려한 대구은행 팔달영업부의 경우 5개월 새 17억 원의 기술금융 실적을 올려 대구경북 1위를 기록했다. 기업대출이 전체 대출금의 70%를 차지하고 기업대출의 9할이 중소기업에 돌아가는 대구은행 사례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기술금융은 우리 금융 선진화의 전제 조건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금융기관들은 기술과 금융이 결합하지 않고서는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는 점을 바로 인식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뛰어난 기술을 갖고도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다. 정부는 지방은행뿐 아니라 기술금융에 대한 시중은행의 역할도 분명히 주지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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