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산∼통일전망대 도보 종주…'두 발'로 쓴 인문지리서

길에서 길을 묻다/ 김영현 지음/ 열린 시선 펴냄

30여 년 국토 걷기를 해온 김영현 (사)한국워킹협회 이사가 '해파랑길'을 걸으면서 발견하고 만나고 떠올렸던 이야기를 책으로 묶었다.

'해파랑길'은 '해+파랑(바다)+길'의 합성어로 부산에서 금강산에 이르는 길이다. 신라시대 화랑들이 경주를 중심으로 남으로는 부산, 북으로는 금강산에 이르기까지 바다를 따라 국토를 순례하며 심신을 단련했던 길이다. 지은이 김영현은 부산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지도 상 770㎞, 실제로는 900㎞ 이상을 걸으며 역사를 만나고, 이야기를 만났다.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서처럼 교통편이나 숙박시설, 특산 먹을거리 등을 소개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 옛날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으면서 만나야 했던 삶의 신산, 남겼던 이야기, 그래서 역사와 문화예술이 된 것들을 살핀다.

'해파랑길'에는 역사가 된 옛날이야기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역사가 될 현재적 삶 역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그래서 길을 걷는 동안 지은이는 단순한 여행객이나 탐방객이 아니라 시인, 역사학자, 문화비평가의 시선으로 길 위의 모든 것들을 바라본다. 때때로 돋보기를 갖다 대고 이야기와 삶을 살피기도 한다.

'해파랑길'은 실제로 900㎞ 이상을 걸어야 한다. 지은이는 길 인근에 자리한 문화유적지를 두루 살피느라 1천㎞ 이상을 걸었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므로 독자들도 '해파랑길'을 걸을 때는 지도 상의 770㎞가 아니라 이 책의 지은이처럼 1천㎞쯤 걷는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다.

'해파랑길'은 부산'기장 구간을 시작으로 고성 구간까지 크게 12구간으로 묶을 수 있으며, 편의상 50개 코스로 나눌 수 있다. 이 책은 각 코스를 대략 15㎞ 남짓으로 나누고 있으며, 하루에 2코스 정도 걷는 것이 적당하다고 소개한다. 그러나 인적 없는 곳에서 걸음을 멈출 수는 없으므로 때때로 밤길을 재촉해 하루 40㎞ 이상 걸어야 할 때가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하루 최소경비는 5만원 안팎이다. 지은이는 하루 9천원 정도의 찜질방에서 숙박을 해결했다고 한다. 식사는 걷다가 만나는 식당에서 하므로 여독을 푸는 데는 해수탕이나 온천탕이 있는 찜질방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책은 '해파랑길' 곳곳에 밴 이야기와 함께 각 코스의 특징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어떤 길은 조성이 잘 돼 걷기 편하고, 어떤 길은 아직 조성 중이라 불편하다는 식이다. 또 안내판이 잘 설치되어 있는 곳이 있고, 부족한 곳이 있다. 그런가 하면 산업단지나 군부대가 있어 우회해야 하거나 걷기 힘든 코스도 세세하게 소개한다. 지은이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 캐나다의 브루스 트레일 역시 해파랑길과 비슷한 거리고 걷는 시간도 40일 정도로 비슷하지만 여행경비나 안전, 이야기 등을 생각하면 해파랑길이 더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지은이 김영현은 30여 년 교직에 몸담고 있는 중학교 영어 선생님이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대구 능인중학교 교장을 지냈다. 1990년대에는 백두대간 종주, 2000년대에는 전국 사찰을 탐방했다. 이 책은 2013년 걷기의 기록물이기도 하다. 올해는 남해안길을 완주했고 내년에는 서해안길을 목표로 세웠다. 269쪽, 1만5천원.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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