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50일간 이어진 경북대병원 노조 파업이 일단락됐다. 이달 1일 노조가 전면 파업에서 부분 파업으로 전환한 지 2주 만이다. 병원은 정상화됐지만 사상 최장기 파업으로 노사 모두 큰 상처를 입었다. 병원은 수십억원의 적자를 떠안았고, 노조는 손에 쥔 소득이 거의 없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 경북대병원분회(이하 경북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14일 "간부 파업(부분 파업)으로 진행한 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15일부터 간부 4명을 제외한 모든 노조원이 현장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대병원 노조는 이날 하루 병원 측의 교섭 회피 등을 규탄하며 전면 파업을 벌였다. 이날 파업에는 필수 유지 근무자를 제외한 370여 명이 참가해 경북대병원 주변 도로에서 가두시위를 벌였다.
경북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일단 병원이 직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었다며 취업 규칙을 변경했기 때문에 파업을 하면서 노사 간 교섭을 진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병원 측에 임단협 교섭을 요구하는 한편 해지된 단체협약을 살리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노조는 일단 집행부가 임기 만료되는 다음 달 초쯤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교섭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은 끝났지만 노사 간 교섭은 계속될 전망이다. 노조 측은 병원 측이 일방적으로 변경한 취업규칙을 파기하고 2014년도 임단협을 다시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지난해 1.7% 인상안에 준해 임금을 소급 지급했고, 단체협약이 해지됐으므로 재논의는 부적절하며 대신 올해분 임단협을 진행하자는 입장이다.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경북대병원은 노조를 명예훼손'업무방해'폭력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노조 측도 병원장을 부당노동행위와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파업은 끝났지만 노사 양측 모두 상처만 남았다.
노조 파업이 공공기관 방만 경영 정상화를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양측 다 물러설 수 없는 '치킨게임'을 벌인 탓이다. 파업 기간 중 병원 측은 정부의 재정지원 중단 방침에 밀려 협상의 여지를 잃었고, 노조 측도 방만 경영 개선안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환자들을 볼모로 한 사상 최장 파업으로 경북대병원은 7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떠안았다. 병상 가동률은 14일 현재 62.5%로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있다. 진료'수술 등을 예약했던 환자들이 기약 없는 파업을 피해 다른 병원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노조도 50일 가까이 파업을 계속했지만 아무런 결과물도 얻지 못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같은 노사 간 갈등을 중재'조정할 지역사회의 역량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파업 기간에 노사 모두 뚜렷한 명분을 갖고 진행했다고 보기 힘들다. 정부와 노동계의 대리전 때문에 애꿎은 환자들만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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