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부모들의 걱정은 '아이의 한글 실력'일 것이다. 하지만 글자를 안다고 해서 언어 실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읽기'와 '읽기 능력'은 별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읽기 능력에는 어휘력, 종합력, 추리력, 상상력 등이 포함된다. 아이의 언어 능력을 길러주고 싶다면 '읽기 능력'을 기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아이가 책을 고르도록 하자
어린이 추천 도서를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수백 권이 쏟아진다. 여기에는 세계명작부터 파워블로거의 추천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아무리 권위 있는 기관이 추천한 책이라도 아이의 흥미를 끌지 못하면 '책을 고르는 단계'에서부터 실패다.
책을 고르는 단계에서는 아이의 관심 분야를 아는 게 우선이다. 우선 함께 도서관에 간다. 아이를 도서관에 자유롭게 놀게 한 다음 아이의 손이 어디로 향하는지, 어떤 책을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하는지 유심히 관찰한다. 아이가 가져오는 책이 아이의 관심 분야다.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안 다음 아이에게 책을 사줘도 늦지 않다.
◆'전집' 구입은 피하자
유명하다는 비싼 전집을 아이에게 사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그 마음이 아이를 책과 멀어지게 하는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부모는 비싼 돈을 들여 산 책인 만큼 본전 뽑으려고 아이에게 책 읽을 것을 강요하게 되고 아이는 자신이 원해서 갖게 된 책도 아닌데 읽어야 하는 부담감을 느껴 결국 책에 흥미를 점점 잃을 수 있다. 전집에 대한 욕심을 버리자.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다니다 보면 아이가 갖고 싶다는 책이 생긴다. 아이가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책을 아이에게 단행본으로 선물해도 부족하지 않다. 아이는 자신이 갖고 싶었던 책을 가졌다는 만족감을 느끼고 부모는 아이의 성장과 함께 바뀌는 아이의 관심 분야를 지켜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반드시 글이 많을 필요는 없다
글을 모르는 아이에게 글이 많은 책은 흥미를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책에 대한 흥미 자체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그림이 많은 책을 고르되 그림이 아이 정서에 도움이 될지 부모의 눈으로 살펴보자. 문장이 긴 글을 접해야 학교에 들어가 당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모의 염려도 접는 게 좋다. 이런 부모는 6~7세 무렵, 입학이 가까워지면 책의 수준을 갑자기 높여 문장이 길고 빽빽한 책을 고르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아이를 주눅 들게 할 수 있다.
◆눈으로 읽기보다 소리내서 읽기
초등학교 입학 후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언어활동은 쓰기와 읽기가 아닌 듣기다. 어려서부터 듣기 훈련이 잘된 아이는 교사의 말을 빠르고 깊게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유아기부터 부모가 아이에게 짧게는 30분씩이라도 소리 내서 책을 함께 읽기를 강조한다. 간혹 아이에게 글을 빨리 깨우치도록 손으로 글자를 따라 읽어가는 부모들이 있지만 이는 아이의 상상력을 차단하는 일이다. 아이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책에 있는 그림과 함께 머릿속으로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의 상상력과 이해력, 연상능력이 길러진다.
◆아이의 이름 딴 대출증을 만들자
공공도서관은 아이와 부모의 또 다른 놀이 공간이 될 수 있다. 아이의 이름으로 된 대출증을 만들어주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도서관에 가는 규칙을 만들어보자. 아이는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빌릴 수 있음에 즐거움을 느끼고 또 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책들에 친근감을 갖게 된다. '서가 산책'도 부모와 함께할 수 있는 놀이다. 아이와 함께 도서관 서가를 거닐면 아이가 책에 흥미를 갖고 정서적으로 발달할 수 있다. 공공도서관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공공예절은 덤이다.
◆가벼운 질문으로 내용을 상기시킨다
엄마가 질문을 던져 자연스럽게 '읽기 능력'을 향상시켜보자. 주의할 점은 질문에 대한 정답을 듣는 게 아니라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질문한 뒤에 돌아오는 대답을 '맞다' 혹은 '틀리다'로 평가하지 말자. 엄마가 질문을 던지고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종류의 질문이면 좋다.
반대로 아이가 질문을 하도록 만들고 엄마가 대답하는 형식의 놀이도 좋다. 이때 책과 관련된 질문이 아니더라도 주변 관심거리에 대한 질문을 하게 하면 표현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도움말: 추정화 어린이도서연구회 대구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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