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담실에서-청소년] 뚱뚱한 내 모습이 정말 싫어요!

◇고민=저는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학생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이 '뚱뚱보'라고 놀렸어요. 중학교에 들어와서는 특히 체육 시간이 너무 싫어졌어요. 남자애들이 제가 달리기를 할 때마다 멧돼지가 달린다느니 땅이 울린다느니 하며 자기들끼리 낄낄대며 웃는 것을 보았거든요. 그때 너무 속상해서 어디론가 숨어 버리고 싶었어요. 여자애들도 은근히 저를 무시하고 깔보는 것처럼 보였고요. 저도 제가 다른 친구들보다 뚱뚱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운동, 식습관 바꾸기 등 이런저런 노력도 해보았고, 심지어는 다이어트약도 먹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지금은 무기력해지고 좌절감이 심해져 학교 가는 날 외에는 집에서 채팅이나 인터넷 쇼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초콜릿이나 치킨, 인스턴트 음식들을 더 먹게 돼 체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날씬해지고 예뻐져서 제가 좋아하는 남학생도 사귀고 싶고, 입고 싶은 옷도 마음껏 사서 입어보고 싶어요. 저의 모습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엄마, 아빠한테 미안해서라도 예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해법=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이성에 대한 관심과 함께 외모에 대한 관심 역시 증가합니다. 사례 학생은 뚱뚱한 외모 때문에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많이 당해 스스로 먹는 것을 참으려 했지만 잘되지 않아 자책하는 마음과 함께 자기존중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로 보입니다.

최근 들어 사례 여학생처럼 뚱뚱한 외모로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거나,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지 못해 자신감을 잃고 위축된 학생들이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외모에 대한 고민이 커지는 이런 현상은 또래의 관심과 대중매체가 보여주는 이미지가 학생들에게 점점 더 큰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외모와 체중에 대한 또래집단의 놀림과 평가 때문에 자신의 몸에 만족하지 못하게 되지요. 특히 여학생은 친구들의 놀림이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날마다 접하는 대중매체는 날씬하고 예쁜 사람이 최고라는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전달합니다. 또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들을 소개하며 체중 감량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TV에서 본 아름다운 모습과 실제 자신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좌절하고 자신감을 잃게 되며, 더 나아가 심각한 외모 고민과 스트레스로 고통받게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사례와 같은 학생들에게 "외모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내면이 아름다워야지" 또는 "살은 대학 가면 다 빠진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라고 충고하며 대수롭지 않게 그냥 지나쳤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렇게 넘어가기에는 학생들의 고민이 너무 깊어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사례 학생처럼 외모와 비만으로 고민하는 학생들은 대체로 신체 존중감이 낮기 때문에 이 존중감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동영상이나 사진 등의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인기 연예인의 비밀스러운 모습, 포토샵으로 광고 모델이 되는 과정, 다이어트하는 사람의 실제 사례, 성형수술의 부작용, 밝고 건강한 얼굴 모습을 보여주며 진정한 아름다움의 의미를 생각해보길 권합니다. 또한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난 다리가 굵어"를 "난 다리가 가늘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서 있거나 많이 걸을 수 있어서 좋아"로 바꾸는 식이지요. 더불어 내 몸을 사랑하기 위해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고 계획해 보길 권합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거울을 볼 때마다 난 소중해'라고 말하기 '자기 전에 내 몸아, 온종일 수고가 많았다'라고 말하기 등을 권하는 겁니다.

또 외모와 관련해 상처 주는 말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말을 함께 찾아보고 적절한 대응 방법을 생각해 봅니다. 주변 사람들이"야, 너 살찌려고 그렇게 많이 먹니?"라고 했을 때"지금 잘 먹어야 키가 클 수 있어"라고 답하며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실현 불가능한 아름다움보다는 자신의 외모와 체중에 만족하는 방법을 배우고 꾸준히 실천하면 신체 존중감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몸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이며, 자신을 위해 소중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입니다.

두 번째로 자신의 식습관을 점검해 앞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적어보도록 합니다. 비만의 원인이 되는 식습관을 점검하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의 칼로리와 영양소를 확인합니다. 과식이나 굶다가 폭식하기, 불규칙한 식사시간, 간식, 야식, 인스턴트 음식 섭취는 비만의 원인이 되는 식습관입니다. 무리한 다이어트보다는 식습관을 개선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때 자신의 성장에 필요한 열량에 적합한 식단을 스스로 짜보고 신체활동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 소비되는 열량을 점검해 보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잘못된 생활 습관을 바르게 고쳐 나가도록 합니다. 집에서 하루종일 TV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간식을 먹고 정작 식사는 제대로 하지 않고, 살찌는 음식들만 골라 먹고, 음식을 빨리 먹거나, 식사 시간이 불규칙적인 학생이라면 비만을 만드는 생활습관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네 번째는 운동 습관입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운동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운동 종목보다는 어떻게 꾸준히 운동을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때 가족이 함께 동네를 걸으며,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런 시간은 아이에게 동기 부여가 돼 운동 효과가 배가 됩니다. 사례 학생에게 필자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외모를 사랑하고, 외모에 대한 자신감만큼이나 자기 앞에 닥친 위협 앞에서도 당당하게 대응한 슈렉의 멋진 모습처럼 외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실한 내면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진현숙(대구광역시 서부교육지원청 Wee센터 전문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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