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졸업 무서워"…취업난에 대학 5학년생 는다

스펙 쌓으며 고의 학점 펑크, 경북대 9학기 등록 1,668명

대학 재학생들이 졸업을 미룰 수 있는 졸업유예제도를 제한하거나 폐지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17일 대구시내 한 대학교에서 입사서류 클리닉에 참여한 취업준비생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학 재학생들이 졸업을 미룰 수 있는 졸업유예제도를 제한하거나 폐지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17일 대구시내 한 대학교에서 입사서류 클리닉에 참여한 취업준비생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경북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김모(25) 씨는 지난해 12월 담당 교수를 찾아가 F학점을 달라고 부탁했다. 취업이 되지 않자 의도적으로 학점 펑크를 내려고 한 것이다. 추가 수업료를 내야 하지만 졸업생이 되면 취업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생각에 '대학 5학년'을 선택했다. 김 씨는 "우리 학교는 졸업유예 제도가 없어서 이수학점을 채우지 않는 방법밖에 없다. 공모전이나 참여프로그램에 졸업생은 응모할 수 없어 스펙을 쌓기 위해 졸업을 미뤘다"고 했다.

취업난이 깊어지면서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수도 늘고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대학마다 8학기를 정상적으로 마쳤지만 취업을 위해 졸업을 미룬 졸업 유예생의 수는 상당하다.

경북대의 경우 9학기 등록생 수가 3월 현재 무려 1천668명에 이른다.

경북대 관계자는 "졸업 유예 제도를 제한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해마다 9학기 등록생 수가 늘고 있다"며 "취업이 워낙 힘들다 보니 해당 학과나 교수들도 9학기 등록을 받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졸업 유예제가 있는 계명대는 유예생 수가 729명, 대구대는 724명, 대가대는 236명 수준이다.

졸업 유예제는 따로 등록금을 내지 않고 졸업을 미루며 재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로 지역 대학 상당수가 시행하고 있다. 경북대와 영남대는 교직 이수 학생 등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있다.

졸업 유예를 신청하지 않고 4학년 1학기를 마친 뒤 휴학을 하는 학생도 많아 실질적 졸업 유예생 수는 통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학 도서관 좌석 상당수도 졸업 유예생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들이 앉은 자리에는 토익'토플 영어자격증 교재, 특정 회사의 입사시험 수험서 등 취업 관련 책들이 잔뜩 쌓여 있다.

경북대 재학생 임모(22) 씨는 "시험 기간이 아닐 때는 대부분 취준생들이 도서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선배들은 이른 아침부터 저녁 시간까지 식사 시간이나 차를 마실 때를 제외하곤 거의 하루종일 도서관에 앉아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대학들이 올해부터 졸업 유예생 축소에 나설 것으로 보여 취준생들의 어려움은 더해질 전망이다.

우선 계명대는 무제한으로 미룰 수 있었던 것을 올해부터 2학기로 대폭 축소했고 타 대학들도 폐지나 1학기 유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졸업 유예생인 유모(24) 씨는 "졸업유예는 그나마 취준생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구멍이다. 추가로 등록금을 내고 일부러 졸업을 미루게 된다면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하는 등록금 때문에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LG경제연구원이 1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졸자 실업률은 2005년 9.1%에서 지난해 8.9%로 줄었지만 대졸자는 6.2%에서 9.6%로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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