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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핑계 속 깃든 팍팍한 서민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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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부터 시국걱정 '천태만상'

"천안함 사건이 슬퍼 한잔했습니다."

A(62) 씨는 25일 오후 11시 30분 대구 북구 고성동의 한 골목에서 주차된 차를 들이받고 경찰에 잡혔다. 만취해 횡설수설하던 A씨를 도와주러 온 일행은 "천안함 폭침이 슬펐고 5주기(26일)를 추모하기 위해 막걸리 한잔을 했다. 좀 봐 달라"며 핑계를 댔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고 몇 시간 뒤에 두 건의 음주사고가 더 발생했는데 사고 낸 운전자들이 하나같이 천안함 폭침을 이유로 댔다"고 말했다.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운전자들의 핑계가 '점입가경'이다.

개인적인 슬픔에서부터 온갖 국내외 정세를 들먹이며 징계를 피하려고 하고 특히 시국이 불안정할 때는 핑계 또한 그럴싸하다.

경찰 관계자들은 "지난 1월 연말정산 문제로 전국이 시끄러울 때는 힘없는 월급쟁이 신세가 슬퍼 술 마시고 운전했다는 운전자가 많았고 세월호 사건 때는 너무 슬퍼 술을 마셨다며 선처를 호소하는 운전자가 꼬리를 물었다"고 말했다.

요즘 같은 경기 불황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이 음주운전 핑계의 '단골 메뉴'다.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40대 중후반의 남자들이 주로 직장에서 해고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얼마 전 음주단속에 걸린 한 남성은 '직장을 잃었다. 오늘 새로운 직장을 구하려고 관계자와 술을 마셨다'고 둘러댔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위급함도 음주운전 이유로 자주 등장한다. 확인이 불가능한 사실을 들먹이면서 조금이라도 참작을 해달라는 것이다.

음주 단속 경찰관의 사례를 종합해 보면 ▷남자들은 어른이 위독해서 술을 마시다 급하게 가는 중 ▷여자들은 집에 있는 아이가 많이 아파 집에 들어가는 중이란 핑계를 많이 댄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정말 사연이 딱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처벌을 면할 수는 없다"며 "핑계를 대며 음주측정을 거부할 경우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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