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수준 높은 도서관 서비스를 위해

이달 12일부터 18일까지 이어진 제51회 도서관 주간에 이어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공공도서관은 물론 출판업계와 서점가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흔히 책을 '세상을 향하는 창'이라고 일컫는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인물들의 책과 관련한 일화를 보면 실감할 수 있다. 미국의 정치가이자, 과학자, 출판인, 교육자, 계몽사상가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보스턴에서 양초와 비누 제조공의 아들로 태어나 정규교육은 거의 받지 못했다. 하지만 꾸준한 독서와 '쥰토'라는 서클활동을 통해 자신을 성장 및 발전시켜 많은 업적을 남겼다.

미국 켄터키 주에서 가난한 개척자의 아들로 태어난 링컨 전 대통령 역시 고물 덩이 속에서 찾아내 1달러를 주고 산 스토우 부인이 쓴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을 읽고 노예 해방을 구상했다고 한다. 집안일을 돕느라 학교를 빠지는 날이 많았지만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고, 책을 살 돈이 없어 몇 시간이나 걸어 책을 빌려 읽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그런가 하면 소설가 정을병은 '독서와 이노베이션'에서 "독서를 통해 사람만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문명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서가 경쟁력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지속적인 독서를 통한 지식 습득으로 스스로를 계발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독서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책과 사람의 매개 역할을 하는 도서관의 중요성 역시 크게 부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독서문화정책이 추진되고 도서관 건립이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독서량이나 도서관 수는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도서관이야말로 그 나라의 지식과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한국인의 연간 독서율은 유럽연합(EU) 28개국의 평균 68%보다는 높은 수준인 73%이나, 유럽의 독서 선진국인 스웨덴(90%)과 네덜란드(86%)보다 낮고, 한국인의 공공도서관 이용률(15세 이상 기준)도 32%로 유럽연합 평균 31%와 비슷하나 스웨덴(74%)과 핀란드(66%) 등에 비하면 격차가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공공도서관 수는 한국(2013년)이 865개 관, 미국(2011년)이 9천292개 관, 일본(2013년)이 3천248개 관으로 조사됐는데, 도서관 1관당 봉사대상 인구가 한국 5만9천123명, 미국 3만3천532명, 일본 3만8천996명으로 나타났다. 도서관 수는 물론, 도서관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 수준 역시 선진국에 비해 많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 독서력 증진을 위해 독서문화운동을 확산시키고, 국가의 근간이자 문화의 한 축으로서 도서관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2차 도서관 발전 종합계획에 따라 공공도서관의 지속적 확충, 서비스 환경 개선, 공공도서관의 전문 인력 배치 확대 등이 추진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 및 지자체 차원의 도서관 정책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은 도서관 건립에 따른 예산과 인력 지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도서관 수는 늘어나는데 도서관 종사자는 총정원제에 묶여 위탁관리 등 도서관 운영이 비정상화 되고 있다. 또 도서관의 역할은 증대되고 업무는 늘어나는데 도서관의 인력 정원은 축소되고 있다. 도서관 근무자의 약 30%가 비정규직 단기 인력이어서 안정적이고 질 높은 서비스가 요원하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행정 정책 부서가 도서관 정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도서관 업무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생각해 도서관과 도서관 사서를 소홀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독서문화 진흥과 도서관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사서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이들이 도서관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갖추어 주었을 때, 진정한 독서문화와 도서관 발전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신종원(수성문화재단 범어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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