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로 숨이 막히는 유월 초입에 이동은 선수를 만났다. 귀여운 외모를 갖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성숙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승부욕이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동은 선수는 한국 최초로 2013년 아부다비 월드 프로페셔널 주짓수 대회에서 체급과 앱솔루트 2관왕을 차지한 선수이다.
"유도와 비슷한 운동 같아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동은 선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의 권유로 유도를 시작해서 고등학교 때까지 약 7년 동안 유도를 수련했다. 하지만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부상으로 인한 슬럼프가 지속되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 결국 유도를 그만두었다. 처음에는 마음도 가벼웠고 친구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운동을 포기한 것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힘들었고 갑갑한 마음만이 온 의식을 지배했다. 삶의 방향성을 정하지 못하고 있을 때 우연한 기회에 주짓수를 알게 돼 입문했다. 학교에서는 운동부여서 타인의 지시 아래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운동을 해야 할 때가 많았지만, 체육관에서는 스스로 즐기면서 자율적으로 운동하는 분위기여서 좋다고 한다. 게다가 주짓수가 유도와 같은 뿌리에서 시작한 만큼 적응력도 뛰어났고 무엇보다 주짓수가 재미있었다.
"지난 1월에 있었던 아부다비 월드 프로페셔널 한국 예선에서의 패배가 기억에 남아요. 제가 운동도 열심히 안 하고 자만감에 빠져 안일한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금메달만 12개를 목에 걸었을 정도로 주짓수 대회에 나가면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동은 선수는 올해 초에 처음으로 결승에서 패배를 맛봤다. 그런데 오히려 그 패배가 자신을 돌아보고 깊이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유도를 수련했기 때문에 가드 게임(guard game)보다는 서서 하는 탑 게임(top game)을 선호했는데, 올해 초의 경기 패배 이후 중점적으로 가드 게임을 연습하고 있다. 이동은 선수는 "승리가 지속되다 보니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만심이 생겼는데, 그때 이후부터는 상대의 훈련량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도 다시 되살아났다"며 "더불어 자신의 훈련 강도를 더 높이는 기회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패배를 단지 패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단초로 만드는 것도 성숙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일 것이다.
"주짓수의 장점이요? 스트레스가 해소되고요, 사람들과 빨리 친해져서 좋아요."
혼자 하는 운동이라면 금방 지루해질 수 있다. 하지만 주짓수는 상대와 몸을 부대끼며 하는 운동이라 호승심도 생기고, 승패를 떠나서 몸이 움직이는 즐거움 때문에 스트레스가 해소되며, 서로 붙잡고 같이 땀을 흘리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아진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함께하다 보니 나이 든 사람은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고, 젊은 사람들은 어른들을 존중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래서 나이를 떠나서 소통하며 교감할 수 있는 것이다.
"단기적 목표는 내년 아부다비 월드 프로페셔널 주짓수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고요, 장기적 목표는 쎈짐에서 최초로 여자 블랙벨트가 되고 싶어요."
이동은 선수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2013년에 아부다비에 갔을 때 느꼈던 시합장 분위기와 외국 선수들과의 시합들, 그리고 유명한 선수들과의 조우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서인지 올해 예정된 한국 예선에서 반드시 우승해서 다시 아부다비로 가고 싶어했다. 그곳에서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과 승부를 겨루고, 우정도 쌓고 싶고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여자들보다 남자 주짓수 수련 인구가 더 많은 까닭에 여자 블랙벨트는 국내에서는 보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블랙벨트까지 10년 정도 소요되는데, 지금의 스승에게 꾸준히 지도를 받으면서 블랙벨트를 받고 싶다고 피력한다.
"쑥스러움이 많아서 말하지 못했는데, 관장님 감사하고요, 존경하고요, 사랑합니다."
이동은 선수의 스승인 서보국 쎈짐 동구지부 관장은 장난을 많이 치기도 하지만 제자들을 다정하게 대해주고, 고민 상담과 조언도 하면서 아버지처럼 이것저것 다 챙겨주려고 한다. 우리 시대를 살아가면서 일그러진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뉴스에 자주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많은데, 실상은 우리 사회에 좋은 사제지간의 모습이 더욱 많을 것이라 여겨진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스승이 모범적인 본보기를 제자들에게 보이고, 제자들은 자연스럽게 그 본보기를 따라 하다 보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더욱 따뜻한 모습일 것이다.
이선수/쎈짐 하양지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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