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야!'
지난해 인기 TV드라마에서 유행했다는 한 여배우의 대사가 저절로 떠오르는 요즘이다. 6'25를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지금 한국 사회를 덮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보면 딱 그 심정이다. 그 독하다던 사스, 신종플루까지 물리쳐 낸 대한민국이 맞는지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메르스 확진자가 120명을 돌파했다. 확진자 대부분은 병원에서 2'3차 감염됐다. 4차 감염 의심 소식도 들린다. 의사도, 임신부도, 경찰관도 메르스 확진을 받았다고 한다. 휴업'휴교한 학교가 2천400여 곳에 이른다. 일파만파다.
진원지가 된 병원만 잘 통제했던들, 삽시간에 번져나가지는 않았을 거란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체계적인 대응은커녕 윗사람 눈치 보기에만 급급했던 정부 보건당국과 위정자들의 무책임한 행태를 떠올리면 손발이 부르르 떨린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모처럼 회복 중이던 사회'경제 분위기는 찬물을 덮어쓴 형국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신인도에 치명타를 입지 않을까 걱정된다. 진심으로 나라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희한한 정부다.
며칠 전 지인과 음식점에서 메르스를 반찬 삼아 이렇게 떠들다, '이런 때는 대구(또는 지방)에 살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며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더 열 내다가는 정말 열이 날지 모르니 이쯤에서 화제를 돌리자. 희망적인 소식이다.
올 상반기 대구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구의 올해 5월 고용률이 7대 특별'광역시 중 서울과 함께 1위(65.8%)를 차지했다. 고용률 상승세(1.9%포인트)로 보면 7대 특별'광역시 중 1위다. 청년(15~29세) 고용지표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청년 고용 절벽 현상이 전국적인 화두가 되는 요즘이어서 더 대조를 이룬다. 제조업 부문 현장 인력 고용과 서비스업'창업'자영업에서 일자리 창출이 신장된 이유다. 대구국가산업단지와 신서혁신도시,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같은 산업단지가 뒷심을 발휘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역외 기업 유치 성과도 두드러진다. 국가산단의 경우 이달 초까지 전체 93개 분양 업체 중 31곳이 역외 기업이다. 그 고용 효과는 3천400여 명으로 추산된다. 대구시가 늘 목말라했던 글로벌 대기업 첫 유치라는 단비 같은 소식도 들렸다. 대구 성서의 대표적 자동차부품업체인 경창산업은 세계 1위 자동차부품 그룹인 독일 보쉬와 합작회사인 'KB와이퍼시스템㈜'을 국가산단에 설립하는 내용의 투자협약을 이달 2일 체결했다. 700여 명의 고용창출이 있을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창조경제 분야도 타지역보다 한발 빠른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9월 삼성과 대구시의 MOU로 주목받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업 인력의 핵심인 C(크리에이티브)랩 1기를 이달 말 배출한다. 삼성의 창업 노하우를 전수받은 이들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경영 전략을 무기로 활약이 기대된다. 청년들이 다양한 꿈을 갖고 도전하는 일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꼭 필요한 덕목이다.
삼성과 지역 패션섬유업체들 간에 맺은 C패션 사업도 타지역에선 보기 드문 일이다. 삼성이 우수 기술을 보유한 20개사와 협력사를 맺는 것은 사양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패션섬유산업이 얼마든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증하는 셈이다.
서민경제 현장에도 변화의 기운이 움튼다. 방치되던 대구 서부시장은 지난달 치킨, 맥주, 커피 등 프랜차이즈 특화거리를 조성해 인기를 끌었고, 대구 서문시장은 서울 남대문, 부산 국제시장과 함께 전국 6대 글로벌 명품시장으로 선정됐다. 고전을 겪는 수출 부문만 빼면 대부분의 경제 영역에서 청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이쯤 써놓고 보니 메르스가 더 야속해진다. 지금은 눈앞에 닥친 '공공의 적'을 합심해 물리쳐야 할 때다. 모처럼 기세를 잡은 지역 경제에 더 큰 타격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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