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관재수 낀다" 무속인, 경찰에 신고 않자…

같은 무속인 집 7차례 턴 도둑

무속인 집만을 골라 수천만원을 훔쳐온 혐의로 4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람은 10여 차례의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딱 2곳만을 번갈아 침입했다. 한 집에 7차례나 들어가 금품을 훔쳤지만 범행은 경찰에 신고되지 않았다. 무속인들이 경찰을 꺼려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포항북부경찰서는 17일 무속인들의 집을 돌면서 쌀과 담배, 현금 등 1천37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절도)로 A(42)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의 첫 범행이 일어난 것은 지난 2012년 2월 중순. 당시 포항의 한 점집에 침입한 A씨는 제사상 위에 놓여 있던 현금과 쌀 등을 훔쳤다. 무속인이 그날 벌어들인 돈과 쌀을 자신이 모시는 신 앞에 먼저 바쳐 제례를 지낸 후 쓰기 위해 놓아둔 것들이었다.

A씨에게 첫 범행은 너무나 쉽고 안전했다. 해당 점집에서 갖고 나온 금품이 워낙 소액인데다 무속인들이 "경찰에 가면 재수가 없다"며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속인들의 경우, 일의 특성상 수사기관을 싫어하며, 경찰이 들락날락 거리면 '관재수가 있다'며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후 A씨의 범행은 점차 대담해졌다. 처음 도둑질을 한 집과 인근의 또 다른 점집을 번갈아 침입하며 지난달 9일까지 모두 14회에 걸쳐 현금과 담배, 쌀 등 1천370만원의 금품을 훔쳐냈다.

대담해진 배포가 화근이었을까. A씨는 지난 4월 22일 오후 3시 45분쯤 한 점집에서 굿판을 벌이기 위해 불전함에 놓아둔 현금 1천200만원을 훔쳤다. 지금껏 시도한 것 중 가장 큰 금액이었다.

1천만원대가 털리자 이에 놀란 무속인은 결국 경찰에 신고했고, A씨의 긴 범행은 덜미가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무속인들은 경찰에 대해 '마가 낀다'며 꺼리는 경향이 많다"면서 "A씨의 범행이 처음부터 이런 경향을 알고 시작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대범해진 행적을 볼 때 무속인들의 이런 행태가 범행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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