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비상시에 무용지물된 대구시의 방역체계

방역 당국의 초기 대응 미숙이 화 불러

구'군청'보건소 방역체계 재점검 해야

대구경북의 메르스 청정지대 방어선 붕괴는 특정 공무원과 교사의 몰지각한 행동이 자초한 일이지만, 방역 당국의 허술한 대응이 화근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선 정부가 메르스 2차 감염의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하고 감염 우려자 명단을 파악해 전국 확산을 차단했더라면, 이 같은 위기 상황을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보건당국의 직무유기와 삼성서울병원의 조직 이기주의 때문에 메르스의 정확한 감염 경로 파악과 확산 조기 차단에 구멍이 뚫리고 만 것이다. 이 때문에 입원 환자나 보호자들이 감염 위험성에 대한 경고나 자신의 감염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사방으로 흩어진 것이다. 대구경북의 메르스 확진 환자인 공무원과 교사 역시 일상생활을 하며 숱한 접촉자를 양산했다.

결국 삼성서울병원의 방문자들까지 면밀히 추적해서 더 이상의 확산을 막겠다던 정부와 병원 측의 공언(公言)은 공언(空言)이 되고 말았다. 메르스 환자 발생을 전후한 대구시와 남구청의 대응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공무원의 어이없는 행동으로 메르스 청정 방어선을 무너뜨리면서, 그간의 병원 방문 이력조사와 자진신고 독려 등 방역대책이 겉돌았음을 부인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사태가 벌어지자 정부의 질병관리본부와 대구시는 감염자 관리를 둘러싸고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와 남구청은 매뉴얼에 따른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데 반해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를 통해 확인한 내용을 남구보건소와 해당 공무원 가족에게 알렸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남구청은 해당 공무원이 의심 환자로 분류돼 대구의료원에 격리된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함께 근무했던 동료 공무원이나 회식 자리에 참석했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신속한 격리 조치도 없이 정상근무를 하도록 한 것이다. 남구보건소 역시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의심환자의 신고에도 직접 방문 관리 원칙을 지키지 않은 채 전화문의만 하는 안이한 대응을 했다. 아무리 훌륭한 방역 매뉴얼도 실제 상황에서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없다.

대구경북 사람들은 특히 삼성서울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관련 경북도는 도내 공무원과 경찰관 및 교직원을 상대로 메르스 관련 병원에 다녀온 적이 있는지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이와 함께 대구경북의 모든 시'군'구청과 보건소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더 이상의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체계를 철저하게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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