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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천년 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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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란 말이 있다. 당나라 시성(詩聖) 두보는 '춘망'(春望)이란 시의 첫 구절에서 '나라는 무너져도 강산은 그대로구나'라며 혼란한 시국을 탄식했다. 불사이군의 충절을 지킨 고려말의 길재 선생이 옛 도읍지를 돌아보며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라고 읊은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망국의 한이 거듭되고 덧없는 인간사가 되풀이되어도 산천과 더불어 마을 어귀를 꿋꿋이 지켜온 것이 노거수(老巨樹)이다.

오랜 세월 켜켜이 새겨온 노거수의 결 속에는 나무가 살아온 삶의 무늬와 함께 그 지역의 숱한 전설과 사연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그래서 노거수는 당제목(堂祭木)으로서 존엄성을 지니기도 했다. 하물며 왕에게 벼슬을 받거나, 토지를 소유해 세금을 내는 노거수도 있지 않은가. 충북 속리산 법주사로 들어가는 길 한가운데 서 있는 '정이품송'과 경북 예천에 있는 '석송령'(石松靈)이 그 주인공들이다.

정이품송과 석송령은 모두 수령이 600여 년에 이르는 노거수이다. 초로(草露)와 같은 인생살이에 수백 년을 사는 고목은 예로부터 동경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세월의 풍상과 더불어 영성(靈性)과 신성(神性)이 부여되었을 것이다.

대구 북구 연경동의 천년이 넘은 노거수가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대구시가 관리하는 500년 이상의 노거수 16그루 가운데에서도 최고령인 느티나무라고 한다. 이 천년 느티나무를 세상에 알리고 그 정서와 가치를 공유할 것을 제안한 사람은 북구의회의 한 야당 의원이다. 노거수가 있는 곳은 연경(硏經)'무태(無怠)'도덕(道德) 등의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고려 태조 왕건과 공산전투와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

'천년'(千年)이란 단어는 그 장대한 세월의 의미 하나만으로도 가슴을 울리고도 남는다. 백년에도 못 미치는 인생이 천년 고목 앞에 서서 갈팡질팡 걸어온 지난 시절이나마 되돌아볼 일이다. 두보와 길재가 설파한 것처럼, 세상이 바뀌고 사람은 떠나도 산천과 함께 나무는 또 남을 것이다. 왕건의 군사가 파군재로 행군했을 역사적'지리적 상징성에 스토리텔링을 곁들이고 주변 관광 코스와도 연계해서 연경동의 천년 고목이 명목(名木)으로 거듭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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