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필] 손자의 재롱, 나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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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백(대구 달성군 옥포면)

"현아! 오늘은 고모 생일이야."

"아니에요, 현이 생일이에요."

사랑하는 고모야

생일 축하합니다~~.

솜사탕처럼 하얀 뭉게구름이 파란 하늘에 보송보송 피어나는 날.

아름다운 등홍색 향기 풍기는 능소화가 따가운 한나절 뙤약볕에 지쳐 있을 때쯤, 마당 한편에선 탁자 위에 고기가 지글지글 온 동네 냄새를 풍기고, 보기만 해도 부드러운 케이크와 음식이 준비되어 있고, 탁자 아래에는 쬐끔한 돌 지난 손녀가 기저귀 찬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 뒤뚱뒤뚱 오빠 뒤를 따르고, 엄마~ 엄마~ 부르는 소리는 낮은 담장을 넘어간다.

손자 현이는 가끔씩은 유아용 노란 2인용 자전거에 동생 다혜를 태워서 멀리 가보지도 못하고 힘에 부쳐서는 빙빙 돌기만 한다.

형형 색깔의 초가 26세를 가리키고 있건만 손자는 아랑곳없이 생일 케이크를 보기만 하면 자기 생일이라고 병아리 같은 입술로 몇 번이나 불면서 마구 촛불을 끈다. 그리고는 유치원을 다니고 나서부터는 나름 입으로는 축하 노래를 부르고 손은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케이크를 향한다.

닭똥 같은 눈물 쭈르륵 흘리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미소 보내주면 우리는 백만불짜리 살인 미소에 한동안 넋을 잃는다.

때론 삶이 무료해질 때 손자의 재롱이 엔돌핀을 상승케 하고 오십 평생 살아오면서 새로 깨달은 즐거움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손자와 노는 일이라고~, 이게 행복이라고.

가족이라는 끈끈함이 서로에게 행복의 이유가 될 수 있다면~~

아주 먼 훗날 기억되는 그 순간까지 변함없이 한 떨기 꽃처럼 아름다웠으면 좋겠다고 느낄 때쯤, 은은하게 비추는 달님도 삐쭉이 고개를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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