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10시 대구 수성구 두산동의 한 아파트 앞. 왕복 4차로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 맞은편에는 모텔, 마사지 가게 등 간판 네온사인이 번쩍였다. 눈부시게 돌아가는 불빛부터 마치 은하수가 떨어지듯 건물 전체를 감싼 조명도 있었다. 상가 건물 중 가장 높은 5층짜리 모텔 꼭대기에도 모텔 간판이 달려 있었다. 높이가 비슷한 아파트 저층부 몇몇 집은 커튼이 쳐져 있었다. 아파트 주민 박모(53) 씨는 "커튼을 열어두면 밤인데도 간판 빛 때문에 눈이 부실 때가 많다. 특히 요즘같이 더울 때는 창문을 수시로 열어야 하는데 불빛 때문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구청에 민원을 넣어도 그때뿐이다"고 하소연했다.
무더운 여름날 과다한 '빛공해'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구는 전국 대도시 가운데 빛공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내 6개 도시 79개 지점에서 광침입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대구는 6개 도시 가운데 서울 다음으로 광침입 크기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된 대구 8개 지점 가운데 3군데가 빛방사허용기준(10lx)을 초과했다. 심한 곳은 빛방사허용기준인 10lx보다 약 4배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구진회 국립환경과학원 생활환경연구과 연구사는 "조사한 지점이 많지 않아 이를 바탕으로 도시 간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대구가 빛공해 피해 수준이 높다고는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빛공해 심각성이 인식되면서 지난 2013년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이하 빛공해 방지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구의 경우 대구시가 관련 조례만 만들었을 뿐 시행을 위해 필요한 상가나 주택 등 구역별 빛공해 실태 조사는 전혀 하지 않고 있어 법의 실효성은 없는 실정이다.
빛공해 방지법에 따르면 광역시장은 5년마다 빛공해방지계획을 수립'시행하고 빛공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해 옥외광고 조명 방사량이 허용기준을 초과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빛공해와 관련해 구체적인 행정 기준이 없다 보니 민원이 늘어나도 구'군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수성구청 한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 나가 업주에게 '민원이 들어왔으니 조도를 낮춰달라거나 불을 좀 꺼달라'는 부탁을 하는 수밖에 없다. 행정적 기준이 없으니 업주 입장에서는 '근거가 어디 있느냐'고 반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한 모텔 운영자는 "영업을 하려면 당연히 늦은 시각까지 간판의 불을 밝혀야 하는데 주민이 간판 불을 끄거나 조도를 낮추라고 하면 어느 정도까지 밝기를 조절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빛공해환경영향평가를 빠른 시일 내에 실시할 예정이며 9개월 정도 평가 기간을 거친 뒤 이를 바탕으로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할 방침"이라며 "관련 규정이 만들어지면 빛공해 민원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빛공해-가로등, 옥외광고물 등 인공조명이 과도하게 사용돼 주민 건강과 생활에 영향을 주는 상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LARC)에 따르면 심야 수면시간대에 과도한 빛에 노출되면 인체 내 생체리듬 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수면장애, 면역력 저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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